정부가 23일 신한금융지주회사를 조흥은행의 새 주인 후보로 낙점함으로써 자산규모 1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의 탄생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조흥과 신한의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은행산업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대형은행 중심의 '빅4 체제'로 급속 재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급히 결론을 내린 흔적이 역력하고, 추후 협상과정에서 '헐값시비'는 물론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반발이 재연될 소지가 높아 최종 본계약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조흥과 신한이 결합하면 자산규모가 140조원으로 국민은행(204조원)에 이어 일약 2위로 부상하고, 우리(102조원)와 하나(89조원)는 각각 3위와 4위로 내려앉는다.
이들 4강 은행이 규모의 경쟁을 가속화할 경우 외환, 한미, 제일 등 중소형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추가적인 합종연횡에 나설 수밖에 없어 은행권이 다시 한번 '빅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신한과 조흥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유사한데다 중복된 점포망도 적어 조직원 융합만 잘 되면 놀라운 합병 시너지가 예상된다는 게 두 은행의 짝짓기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각이다.
당장 신한이 조흥은행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가격'이다. 신한측은 정부가 보유한 지분(80.04%)을 모두 인수하되 절반은 주당 6,150원의 현금으로, 절반은 신한 주식대 조흥 주식의 비율을 1대0.3428로 계산해 갚겠다고 제시한 상태. 하지만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사내 유보자금이 아니라 주식 발행을 통해 외부에서 차입하는 것과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공적자금관리위원들도 신한측의 제시액은 너무 낮다며 추후 협상과정에서 '제3자 평가'를 하도록 한 만큼 합병이 확정된 것으로 단정짓기엔 아직 이르다.
전철환 공자위원장도 "공자위는 예금보험공사가 세부협상을 할 때 매각가격을 최대한 상향조정하고 기타 인수조건도 개선토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 입장에선 총파업 불사 선언을 하며 합병 저지운동을 펴왔던 조흥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이들과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 내는 것도 숙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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