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주요 포스트 인선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무총리, 부총리 및 각 부 장관 등에 어떤 인물을 선임하고, 이들이 대통령과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느냐는 문제는 노무현 정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늘날 기업이든 공공부문이든 변화가 급격하고 복잡 다양해지고 있어 최고경영자와 간부들의 효율적 역할분담이 매우 중요한 경영상의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수뇌부간의 역할분담을 통해 경영성과를 높이는 일은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부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 디즈니사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이 1980년대 좋은 성과를 낸 것은 프랭크 웰스 사장과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있어서였다. 혼다자동차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에도 개발은 혼다 소이치로, 빌 게이츠, 경영은 후지사와 다케오, 스티브 발머 식의 역할분담이 크게 기여했다.
정부도 대통령이 모든 업무를 관장할 것이 아니라 국무총리와 역할분담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서로의 임무수행에 탄력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교육이나 환경 노동 보건 복지, 나아가 경제문제를 국무총리에게 맡겨 책임지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부업무는 기업의 경우보다 범위가 넓고 이질적이며 복잡하고 여러 추진 절차가 요구되기 때문에 역할분담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역할분담의 성공 전제조건은 좋은 인재를 골라 서로 신뢰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요 포스트를 맡길 인사들을 선임하는 데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먼저 이들은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함께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서로 친밀감을 갖고 활발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권위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겸손한 인물이어야 한다. 제안받은 포스트에 적극 헌신하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인물이어야 하며, 마지못해 수락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인물은 안된다. 경륜과 함께 관장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너무 앞서가거나 튀는 행동을 보였던 인물은 적절치 않다. 조직을 많이 리드한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노 당선자가 어떤 기준과 관점으로 이번 국무총리 지명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국무총리를 과거 '대독총리'라는 말이 웅변하듯이, 대통령이 마음대로 주무르고 지역안배 등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얼굴마담' 정도로 대해서는 안된다. 총리를 국정의 유효한 파트너로서 협력해 가는 큰 축으로 생각해야 한다.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듬뿍 받고 있는 새 정부는 국정 주요 담당자들의 인선에서부터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벌써부터 여러 안팎의 요인들에 밀려 인선의 기준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개혁의 의지는 곧바로 무너질 수 있고 개혁 퇴보의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은 찬 한국리더십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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