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사찰 보고서 제출 시한(27일)을 수일 앞두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들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 주도의 대 이라크 군사행동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미국은 적극 반박하면서 군사행동 의지를 한층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반전 분위기가 강한 흐름을 타고 있어 조기 개전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만의 외로운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시의 전쟁 의지
미국은 27일을 기점으로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대 이라크 군사행동 수순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안보리가 사찰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고 선언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수뇌부는 22일 일제히 이라크 문제에 관한 발언 수위를 높임으로써 사찰 결과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군인들에 대해 미군이나 연합군에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면 전쟁이 끝난 뒤 전범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이 이라크전을 반대한 데 대해 "독일과 프랑스는 골칫거리"라며 "낡은 유럽을 대표하는 이들과 달리 많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전쟁 준비가 끝났다"고 강조했다.
주변국 움직임
프랑스와 독일 등은 27일을 마지막 국면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으로 보고싶어 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2일 무기사찰단에 사찰 시간을 몇 달 더 추가로 주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프랑스 2TV 방송과 회견에서 "추가로 (사찰을) 연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몇 달 더 사찰을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이라크전 지원을 요청받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나토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구체적인 지원 계획 수립에 실패했다.
부시 인기 하락
미국에서도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9·11 테러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2일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무기사찰단에 몇 달 간의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는 59%로 떨어졌다. 같은 날 발표된 월 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54%에 그쳤다. 상원 민주당 지도자인 톰 대슐 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유엔이나 우방들의 지원 없이 앞으로 나간다면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좀더 시간을 갖고 지지를 확보할 것을 충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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