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의 상징이었던 '금혼(禁婚)학칙' 이 57년만에 폐지된다. 이화여대는 22일 "신입생의 입학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 제14조의 관련조항과 재학중 혼인을 금한 제28조7항을 삭제하기로 교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이화여대의 금혼학칙은 해방 직후인 1946년 여성들의 조혼 풍속과 결혼할 경우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여학생들이 많은 당시 상황을 고려, 여성의 학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피해자'가 나오며 존폐 논란이 일었다. 이 대학 85학번 김모씨는 재학중 결혼하기 위해 2학년을 마친 뒤 휴학했다 제적됐고 95년에는 편입하려는 한 여성이 기혼녀라는 이유로 탈락, 당시 총학생회가 학칙개정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李順子)여사도 58년 의예과에 입학했다 다음해 결혼하면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화여대측의 이번 조치는 지난 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금혼학칙이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진정을 받고 조사에 나선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화여대측의 조치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南仁順)사무총장은 "현실과 걸맞지 않은 제도였다"며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정치외교학 전공 2학년 김민희(金民希·21)씨는 "현실적으로 피해를 보는 소수자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폐지를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졸업생들은 이대만의 전통은 보존돼야 한다며 금혼학칙 폐지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대학측은 과거에 금혼 학칙에 걸려 제적당하는 등 피해를 본 당사자가 원할 경우 금혼학칙 폐지의 소급적용도 검토키로 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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