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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창종 기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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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유창종 기와展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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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 의종 11년 4월 조에 "관란정(觀瀾亭) 북쪽에 세운 양이대(養怡臺) 지붕을 청자기와로 덮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리 호화로운 궁궐 건축물이라 해도 청자기와로 지붕을 이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현물을 볼 수 있다. 국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유창종(柳昌宗)기증 기와 특별전에 나온 청자기와는 조각기와가 아니다. 온전한 암수막새 기와 몇 점으로 청자 지붕의 한 부분을 재현해 왕실 건축물의 화려함과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고려 궁터인 개성 만월대에서 출토된 청자 수막새 기와에는 둥근 테 안에 모란무늬가 정교하게 양각되어 있고, 암막새에는 화려한 당초(唐草·덩굴)무늬가 새겨졌다. 기와에 저토록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은은한 빛깔과 옥 같은 표면이 고려시대 미술품 전시실에 진열돼 있는 국보급 청자항아리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송악 능선과 조화를 이루듯 날렵하게 치솟은 처마 위에 비색의 청자기와를 얹은 건축물을 상상하면, 고려문화의 향기가 풍기는 듯 하다.

■ 전시회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의 와당과 전돌류도 많이 나와 있다. 중국에서 전래된 기와문화가 3국에 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토착화하는 과정과, 일본에 미친 영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잃어버린 왕국' 발해의 와당에서 한국 문화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保德' '福' '光' 같은 명문이 새겨진 막새들과 유약을 발라 구운 전돌에는 불교문화의 향이 배어 있다. 당(唐) 시대의 화려한 인물문양 전돌은 건축문화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 이 전시회는 '기와검사' 유창종 서울지검장이 지난해 9월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1,840점 가운데 60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유 검사장은 87년 일본인 이우치 이사오(井內功)씨가 국립박물관에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한 사실에 자극받아 25년간 수집한 '혈육' 같은 보물들을 모두 내놓았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있을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전시회장을 나서며 가까이 있는 이우치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전시장 면적과 전시품의 질과 수량에서 비교가 안 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휴- 하고 긴 호흡을 하였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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