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1973년1월22일 낙태 합법화 판결을 내린 지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는 낙태 논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연방 대법원 판사 9명 중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5명 대 4명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2명이 올해 안으로 사임할 것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명은 낙태 찬성론자이고 다른 한 명은 반대론자여서 관련 단체와 정치권은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인사를 후임 판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 로비 열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 MSNBC 방송은 21일 윌리엄 렌퀴스트(78) 대법원장과 산드라 데이 오코너(72) 판사가 건강 문제로 물러날 가능성이 크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후임 판사의 후보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판사 중 렌퀴스트는 낙태에 반대하고 오코너는 낙태권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공화당과 반 낙태 단체들은 낙태판결을 뒤집기 위해 이들의 후임에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파 인사들을 추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여성단체들은 현재의 5대4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진보주의 인사들을 밀고 있다.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번 기회를 낙태 금지법 관철을 위한 호기로 보고 있다. 상원이 대통령의 대법원 판사 임명에 인준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여의치 않을 경우 오코너 판사의 사임을 유보시키고 대법원장에 앉히겠다는 계획이다. 공화당이 대선에서의 소수계층 표를 의식, 여성에다 히스패닉인 오코너의 대법원장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이다.
MSNBC는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생명존중이나 인권 차원보다 정치권의 역학 구도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논란거리가 돼 왔다"며 "내년 대선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