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차 등록대수가 1,400만대, 연간 자동차 수출 150만대를 돌파한 지금까지도 많은 국내 차 소비자들은 외국 소비자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국산 자동차 회사의 횡포'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떠돌면서 이 같은 의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국산 자동차 차체공장에서 일했다는 익명의 투고자가 올린 이 글의 요지는 수출차에 비해 내수차를 성의 없이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국내차와 수출차는 많은 차이가 나는 걸까. 국내 차 업체 관계자에게 알아 보았다.■사용부품이 다르다
같은 부품도 내수용은 값싼 중국제를, 수출용은 고급 국산제품을 사용한다는 주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부품의 공급처를 나누면 관리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다만 각국별로 배출가스 기준 등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 부품을 다르게 사용할 뿐이라는 것이다. 만일 세계최고의 엄격한 기준에 맞춘 차를 만든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는 만큼 해당국의 기준에 맞는 가장 '경제적'인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서스펜션 같은 부품은 지역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 스프링 두께 등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 국내와 미국 수출용 차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유럽에서는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엔진 튜닝도 수출국별로 다르게 조정한다.
■사용철판이 다르다
차 업체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철판이 두껍다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차종에 상이한 강판 두께를 사용하면 금형이 다르고 생산라인도 달라 현재 생산여건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1999년 이후는 내수차도 미국의 연방자동차 안전기준(FMVSS)규정에 맞춘 만큼 수출차 내수차 모두 안전관련 부품은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북미지역 수출차량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제설염에 의한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강판에 아연도금 사용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아연도금 사용비율은 안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일본 역시 내수차와 북미 수출차의 아연도금 비율이 다르다.
■보증기간은 왜 차이가 나나
현대의 미국 수출차의 엔진·트랜스미션 보증기간은 10년 10만 마일로, 내수차 5년 10만㎞와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현대 측은 북미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특별대책으로 이해해 줄 것을 당부한다. 한국은 보증수리기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나, 미국 등은 제작사별로 마케팅 차원에서 보증수리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인지도가 낮은 현대차가 미국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 정도 추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며, 이는 폴크스바겐이 내건 보증수리기간과 같은 정도라는 것이다. .
■편의사양은 내수차가 세계최고
차 업계는 오히려 각종 편의사양 등은 내수차가 세계 최고급 수준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수차의 경우 경차까지도 리모콘 키를 설치하지만, 유럽 수출차의 경우 소형차에 리모콘 키를 설치하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것. 이밖에 가죽시트도 수출차는 대형차급에만 설치되지만 내수차의 경우는 준 중형차에도 가죽시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내수차는 대부분 자동변속기를 설치하지만 유럽 수출차에는 여전히 수동변속기 장착차가 훨씬 많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자동차동호회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답답할 때가 많다"며 "차 소비자들이 세계 정상급인 우리 자동차 산업에 좀 더 신뢰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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