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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계급주의" 편견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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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계급주의" 편견깨기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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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가 술집에 앉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들어온다. "이봐, 우리는 부자야! 이 술집에 있는 사람들의 평균 재산이 10억 달러가 넘는다고!"라고 보수주의자가 외친다. 진보주의자가 "멍청한 생각이야"라며 "빌 게이츠 때문에 평균치가 올라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네나 내가 진짜 부자가 되는 건 아니잖나"라고 말한다. "또 계급주의를 들먹이고 있군"이라고 보수주의자가 불평한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책들이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부시와 지지자들은 "계급간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전략"이라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 논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들이 앞에서 인용한 술집의 보수주의자 만큼이나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시는 18일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내가 제안한 배당 소득세 폐지와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로 소규모 사업자 2,300만 명이 올해만 1인당 2,042 달러의 감세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모든 소규모 사업자가 2,000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정책센터가 지적했듯이 실제 소규모 사업자들이 혜택을 보는 금액은 1인당 평균 500 달러 이하이다. 특히 2,300만 명 중 5백만 명은 전혀 혜택이 없다. 2,000 달러라는 평균치는 소수의 최고 소득계층이 그만큼 엄청난 감세 혜택을 독점하기 때문에 나온 수치이다.

결국 부시의 감세안은 부자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다 알면서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그 동안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집요하게 설득당해 왔다. 어떤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것에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가 곧 질투로 해석된 것이다.

최근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위크'에 실린 한 기사를 살펴보자. 이 잡지는 '계급 투쟁'이라는 기사에서 "부시의 주장대로 감세안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실업률이 감소할 것이다. 또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고 재정 적자가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자들만 더욱 부자가 되고 소득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는 우리가 결정을 내릴 차례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부시의 감세안이 미국 경제에 도움될 것이 확실한데도 단지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의미일까? 반대자들은 이번 조치가 2001년의 감세안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추진된 2001년의 감세 조치는 경제 성장이나 고용 확대를 이루기는커녕 재정 적자만 확대했다. 시행 이후 1년반 동안 일자리 140만 개가 사라졌다.

부시 행정부는 감세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국토 안보와 국민 보건을 위한 자금은 제대로 책정하지 않고 있다. 약속했던 군, 소방관 및 경찰의 임금 인상도 흐지부지된 상태이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할당한 안보 기금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는 주 정부를 위해서는 한 푼도 쓰려 하지 않는다.

주 정부의 자금난은 우리 모두의 의료 및 공공 서비스 부문 예산 삭감으로 이어진다. 결국 대부분의 주들이 세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으며, 이 부담은 부자들이 아닌 대부분의 중산층이 떠안게 된다.

부시 감세안의 수혜자는 세금 인상분 등 부시 경제 정책으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많은 감세 혜택을 받게 될 일부 부자들 뿐이다. 그런데도 감세안에 반대하는 것이 계급 투쟁을 유발한다는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이 부시 감세안으로 실제 혜택을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로 질투가 아니다. 우리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NYT 신디케이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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