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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코미디영화 찍는 하 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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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코미디영화 찍는 하 지 원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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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장에 시체를 숨겨둔 저택 안. 피아노 앞에 앉아 베토벤의 소나타라도 연주할 듯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젓가락 행진곡을 친다. (안병기 감독의 '폰'에서)#2. 대학교 구내식당. 건너편 식탁에서 한 남학생이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치마 속을 훔쳐 보자 보란 듯이 양다리를 활짝 벌려준다.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에서)

'가위' '폰' 등 호러영화를 통해 '호러 퀸' 자리를 차지하고, 이제는 섹스코미디 '색즉시공'으로 흥행 여왕 자리까지. 배우 하지원(24)의 현주소다. 차갑고 도도한 표정 속에 의외의 코믹 연기를 펼친 위의 두 장면이 압권이다. 여기에 행운까지 편을 들었으니 이만하면 이제 '흥행의 명수'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지난달 20일 크랭크 인 한 새 작품 '역전의 명수'(감독 박용운)의 경남 양산 촬영장. 가슴이 깊이 패인 드레스에 굽 높은 구두 차림으로 김승우(강승완 역)와 함께 박수 갈채를 받으며 골프클럽 파티장으로 입장하는 하지원(한지영 역)의 입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박용운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의 긴장된 표정과는 딴 판이다.

'역전의 명수'는 한 남자가 두 세계를 넘나들게 된다는 설정의 코미디. 어릴 적 스포츠 스타의 길을 버리고, 지금은 파산 직전의 증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사내가 있다. '내가 만약 이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하고 상상하던 그는 영화 '마제스틱'의 짐 캐리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과 인생이 뒤바뀌는 일을 당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골프 스타로 떠받들고 사인을 해달라고 조른다. 한지영이라는 미모의 여인은 자신을 남편이라고 부른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하지원은 부잣집 딸에 기품 있어 보이지만 소박하고 엉뚱한 여자, 강승완의 아내로 나온다. "너무 완벽하고 순수하면 매력이 없잖아요. 허점이 있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얼굴 가득한 미소와는 달리 하지원은 걱정도 많고 푸념도 많다. "늘 실제 나보다 나이 어린 역할을 했는데, 처음으로 결혼한 역할을 맡아 부담스러워요. 남편 등도 밀어주고 아기자기하고 어색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리고 미묘한 심리 묘사도 걱정이에요." 대신 노출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단다. " '색즉시공'의 노출 연기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드레스 차림도 불편하거든요."

호러에서 코미디로 업종을 변경한 이유를 물었다. "코미디를 찍을 때 마음이 더 즐겁죠. '역전의 명수'는 가볍고 분위기가 밝은 작품이에요. 호러영화를 할 때는 긴장해야 하고 얼굴도 무거웠죠." 이 작품도 연이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흥행이 될 것 같아 골랐죠"라며 농담을 하는데 농담 같지 않다. 여유가 넘친다. "내 영화의 성공을 의심한 적이 없어요. 의심해서도 안 되구요."

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늘 변신을 해야 하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아내' 역할을 어떻게 할지 마음에 걸려요"라며 걱정하는 것도 잠시. "어떻게 수백만 명을 스크린 앞에 모을 수 있는 배우가 됐냐"고 묻자 "자극적인 '시나리오'를 고른 덕분"이라고 말한다. "자극과 매력을 갖춘 시나리오면 섹스 코미디든 공포든 다 좋아요."

앞으로 계획은? 해보지 않은 역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중적인 역할, 한 사람 안에 여러 색깔이 있는 그런 역'을 하고 싶단다. "사람들이 200만, 300만명이 와서 뭔가 나를 통해 가져갈 때" 느끼는 연기의 기쁨을 그는 한창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양산=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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