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주(株)에 투자하려거든 '대환(代換)론(Loan)'에 주목하라."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연체율 해소 방편으로 고객의 카드연체금을 장단기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론(대환여신)이 급증하면서 또 다른 실적악화 및 주가하락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카드주들은 소비심리 회복기미 및 카드 연체율 증가폭 둔화 등으로 상승 기대감이 살아나는 듯 했으나, 4분기 경영성적표의 두껑을 열어본 결과, 오히려 대환여신이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가에 발목이 잡혔다.
연체율 둔화, 충당금은 눈덩이
증권사 카드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카드주에 대해 투자자들이 살펴봐야 할 것은 연체율 추이와 얼마나 충당금을 충실하게 적립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많은 2,609억원의 순손실을 낸 국민카드에 대해 하나증권 유승창 연구원은 "연체율 상승추세가 둔화하고 있고 이미 발생한 연체 채권에 대한 대비책인 충당금 적립 수준은 양호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대환여신이 급격하게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카드가 연체를 대출로 전환해준 대환론 잔액은 4분기 1조2,733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올 9월까지만해도 신용카드 총 자산의 4.4%에 불과하던 대환여신 비율이 4분기 7.8%까지 증가한 셈이다. 실적발표를 앞둔 LG카드도 33조원에 이르는 총 자산을 감안하면 올 9월 1조6,000억원이던 대환론이 연말 2조원대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카드는 이 같은 대환여신에 대해 23.3%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으나 애널리스트들은 대환론의 연체 가능성에 비해 충당금 적립비율이 27%는 돼야 한다며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카드사의 대환여신은 이미 연체가 발생한 자산을 대출로 전환한 것인 만큼 추가 연체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며 "연체율은 높은 반면 충당금 적립 수준은 낮아 앞으로 추가 적립에 따른 카드사 영업과 실적 개선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닥이다"對 "더 떨어진다"
카드사들이 연체의 주범인 현금서비스 취급액을 크게 줄이고 대신 신용판매 사용액 확대와 수수료 인상을 통한 영업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동원증권 배현기 금융팀장은 연체율 증가가 지난해 3분기 이후 다소 안정되고 있고 대환여신 증가의 영향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만큼 "현 주가수준은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심규선 연구원도 "LG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11월말 현재 1조8,516억원으로 증가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나 대환론에 적립된 대손충당금은 5,647억원으로 추정되며 대환대출 중 1개월 이상 연체채권의 81%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JP모건은 지난해 12월의 신용카드 연체율 둔화가 카드주의 상승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라며 신용카드업종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카드주들이 다시 살아나느냐 추가 하락하느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대환론의 연체율이 언제 꺾이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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