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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증시" 무기력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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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증시" 무기력 추락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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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지역의 전운이 고조되는데에 더해 국내외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이번주 들어 증시가 단기 '결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주초부터 시작된 주식 현물 거래 급감에 따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22일 나흘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단기 저항선인 620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속락했다.

증시 이탈자금의 단기 부동화에 따라 투신권의 대표적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이 6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자금시장 전반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방어적 투자의견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종합지수 추가 하락 저지선을 600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거래소 '썰렁', MMF '팽창'

저점 지지에 대한 기대감과 악재 증폭이라는 상반된 재료의 혼재에 따라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초부터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전주 평균의 3분의2 수준에 그치는 등 증시의 체력저하 현상이 두드러졌다.

거래소 주식 거래량은 15일 5억8,000만주 선에서 주초인 20일 4억8,000만주 선으로 낮아진 뒤 22일에야 가까스로 5억주대를 회복했다.

거래대금 역시 같은 기간 1조8,500억원 선에서 1조1,000억원 선까지 줄어들었다.

거래의 활력 저하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15일 648.29였던 종합지수는 5 거래일 만에 620선까지 급락하는 상황이 됐다.

시중 자금의 증시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15일 이래 연 사흘째 하락, 7조6,000억원대까지 감소했다가 20일 1,000억원대가 늘어났으나 전반적으로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단기부동자금의 대표적 유입처인 MMF 수탁액은 20일 현재 1996년 MMF 도입 이후 월중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10조1,000억원이 늘면서 60조원 돌파를 코 앞에 둔 59조6,000억원 선을 기록하고 있다.

선물·채권 시장 불안한 과열

채권시장은 공급(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수요(자금) 초과 양상이 빚어지면서 위태로운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표 채권인 국고채 3년물 시장 수익률은 15일 5%대 미만(4.98%)으로 하락한 뒤, 22일 4.8%대까지 진입했다. 시장 금리의 하락세는 국채 뿐 아니라 기업어음(CP) 등 기간별 구분없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금리 저점 인식에도 불구하고 수급여건에 따라 채권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 동향에 따라 MMF 등 채권 자금이 순식간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최근 채권 장세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말하는 '거래폭증'이나 '투기장세'까지는 아니지만 투자 헤지(위험분산) 수요가 몰리면서 선물 시장의 상대적 강세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21일 현재 코스피200 선물 거래대금은 9조8,447억원을 기록하며 현물대비 선물 거래대금 배율을 나타내는 '현선배율'이 8배에 육박하는 불균형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지수 한단계 추가 하락 전망 고개

장세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현재의 무기력 장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황성욱 연구원은 22일 "거래 위축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기간 조정하에서 620∼680포인트 선의 박스권 장세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600선 테스트가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연구원도 "경기부양효과나 수출 호조세 확인, 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 한국 신용등급의 추가 상향 조정 등 반전 모멘텀이 가시화하지 않는 한 지루한 조정장세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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