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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치에 휘둘리는 稅制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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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치에 휘둘리는 稅制개편

입력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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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각종 세제개편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형평 과세라는 조세 원칙보다는 정치 논리와 부처 이기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건설교통부는 최근 휘발유, 경유에 붙는 교통세를 2019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올해 말까지 한시 운영되는 교통세를 없앨 경우 교통시설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교통세를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연한인 2019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교통세처럼 특정 용도에만 쓰도록 돼 있는 목적세는 예산의 효율적인 운영을 막고 자칫 예산 낭비로 흐를 우려도 큰 만큼, 시한에 맞춰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교통 주무부서의 공세에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당초 목적세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교통세의 조기폐지를 추진했으나, 건교부의 반발에 부딪쳐 진전을 보지 못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건교부의 향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건교부는 교통세를 올해 말 예정대로 폐지한다는 재경부의 방침이 보도되자, "교통세 자동 폐기 사실이 언론에 공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내년 6월 말 시한이 끝나는 농어촌특별세도 신정부의 농어민 중시정책으로 수정될 운명에 처했다. 재경부는 "농특세 연장 불가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으나, 노 당선자의 공약 등을 감안해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농특세는 1994년 첨단 농림기술 개발과 농어촌 하수도·도로 정비 등에 쓰기 위해 2004년 6월까지 10년 시한으로 도입된 목적세로, 연 2조원 가량 걷히고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농특세·교통세처럼 다른 세금에 덧붙여 부과하는 목적세는 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데다 특정 목적에만 쓰도록 돼 있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준다며 시한에 맞춰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대해 부가세를 물리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가 의사들이 반발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고, 9인승 승합차에 10%의 특별소비세를 매기려던 계획도 자동차업계와 건교부의 거센 반발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세제개편은 두고두고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며 "정치 논리와 부처 이기주의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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