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모든 공공(公共)공사에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불과 2년 전 도입된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한 최저가 낙찰제를 사실상 폐지키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1일 최저가로 낙찰 받은 업체라도 가격의 적정성을 다시 심의, 공사 수주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저가(低價) 심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 금명간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최저가 낙찰제는 1,000억원 이상 관급공사에 한해 일정 능력을 갖춘 건설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제도. 반면 저가 심의제는 덤핑 입찰로 인한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가장 싼 값이 아닌 적절한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현재 1,0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사전 자격심사를 통해 예정가격에 근접한 가격을 써낸 업체를 선정하는 '적격심사 낙찰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공사 중 낙찰가가 예정가격 대비 70% 미만인 최저 입찰자를 대상으로 낙찰가격의 적정성 하도급의 비율 및 가격 공사비 절감 가능성 등을 평가해 낙찰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예정가의 70% 이하로 공사를 낙찰 받은 업체에 대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따져 부실공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낙찰을 취소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2001년부터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한 결과, 예산절감 효과는 있었지만 과도한 저가낙찰로 부실시공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교통부 역시 "지난해 11월 말 현재 69건의 공공공사 평균 낙찰률(예정가 대비 낙찰가)이 덤핑 수준인 66.06%(1,000억원 짜리 공사를 660억원에 수주)에 불과했고, 일부 공사는 50%대에 낙찰돼 부실공사 우려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최저가 낙찰제를 2002년 500억원 이상, 2003년엔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덤핑 수주를 이유로 최저가 낙찰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한편 인수위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는 1,0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를 점진적으로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를 모든 공공공사로 확대하면 그만큼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고,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므로 건설업체와 정부간 부패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 이원희 예산감시위원장은 "40조원에 달하는 모든 정부 발주공사에 최저가 낙찰제가 시행되면 연간 8조원 가량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저가 심의제와 적격심사 낙찰제를 통해 입찰이 이뤄지면 업체간 담합이나 부정거래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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