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吳雄鎭·57) 신부가 거액의 국고보조금과 후원금으로 가족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청주지검 충주지청은 21일 "꽃동네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상당액이 오 신부와 그의 가족 계좌로 흘러 들어갔고 이들이 이 돈으로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만간 오 신부와 가족 등을 불러 계좌 입금과 부동산 매입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꽃동네 운영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7월부터 오 신부 주변에 대한 내사를 벌여오다 오씨와 가족 등 수십개 계좌의 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혐의사실을 확인했다"며 "오 신부 형제 자매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10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 신부는 1988년부터 수십만평에 달하는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사들였으며, 꽃동네 주변인 음성군 명동면 일대에만 수백필지를 소유하고 있다. 오 신부의 가족들도 청원군 현도면 경부고속도로 청원IC 주변과 문의면, 부용면, 남이면 일대의 대지와 논, 밭 등 부동산 수만평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98, 99년에는 수녀와 수사 명의로 동서고속도로상의 음성IC 예정지와 이와 연결된 21번 국도 주변 토지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동네는 전국 85만여명의 회원이 월 1,000원 이상 내는 회비와 연 70억원의 국고보조금, 100억원 이상의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원·음성군 일부 주민들은 "그동안 꽃동네 회원들이 내는 기금을 오 신부 형제들이 가로채 땅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꽃동네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 확충을 위해 땅을 사들였을 뿐"이라며 "재단이 농지를 사들일 수가 없어 오 신부와 가족 등의 이름을 빌려 땅을 샀지만 이들로부터 재산권행사 포기각서를 받고 근저당까지 설정해 놓아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오 신부는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음성=한덕동기자 ddhan@hk.co.kr
■ 오웅진신부는 누구
'빈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웅진(사진) 신부는 1944년 충북 청원군의 농부집안에서 태어났다.
오 신부는 76년 사제서품을 받고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그후 음성군 무극천 다리 밑에서 구걸을 하던 최귀동 할아버지 등 걸인 18명을 거두어 같은 해 말 무극리 용담산 기슭에 현재의 꽃동네 시초라할 방 다섯 칸짜리 '사랑의 집'을 세웠다.
이후 오 신부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는 신념으로 전국의 부랑인 노인 심신장애인 등을 모아 꽃동네를 세웠다.
오 신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꽃동네는 정부와 각계각층의 성원이 급증, 85만명의 후원회원과 3,500여명의 수용자를 확보한 거대 사회복지시설로 성장했다. 꽃동네는 현재 20여만평의 부지에 사랑의 연수원, 노인 요양원 등 10여개의 부속건물을 갖추고 있으며 92년에는 가평에도 꽃동네를 설립했다.
오 신부는 꽃동네 봉사로 91년 국민훈장 동백장, 96년 막사이사이상 등을 수상하고 올초엔 유일한(柳一韓) 상을 받았다. 그는 99년엔 꽃동네사회복지대학교의 초대총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오 신부는 99년 꽃동네 운영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24년 몸담은 꽃동네 회장직을 사퇴, 예수회 꽃동네 형제회에 입회했으나 실제로는 꽃동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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