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머지 않아 유엔 무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이지만 유엔의 대 북한 제재 결의안 채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북한 핵 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할 수 있다"고 말해 안보리 상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미국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께 열릴 예정인 IAEA 집행위는 사실상 요식적인 보고 절차에 불과하다.미국의 2단계 접근안
미국의 조기 상정 방침은 북한 핵 문제를 국제적 틀 속에서 풀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의 책임을 공유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높이고, 핵 문제 해결 이후 대 북한 지원의 책임도 분산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는 안보리 상정 이후다. 북한 핵 문제의 안보리 상정은 북한에 경제적 제재 등 강제 조치들이 부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유엔의 대북 제재를 전쟁선포로 간주한다고 선언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 러시아도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보다는 북미간 직접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난제를 감안한 미국의 복안이 2단계 접근안이다. 북한 핵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와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되 경제 제재 등 조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며 서서히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선 안보리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에 핵 협정 이행을 촉구하는 국제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외교적 노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지공(遲攻)전략은 이라크 결의안 문제와 북한 제재 문제가 동시에 유엔에서 다뤄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20일 파월 장관과 별도로 회담한 뒤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로 푸는 것이 최선의 해결 방안"이라고 말해 미국의 안보리 상정 방침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은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북한의 경제적 붕괴로 인한 유민(流民)의 대량 유입과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중국의 입장이 불변의 원칙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관리들을 잇달아 만났던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은 "중국의 어떤 반대 움직임도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唐 부장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선택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안보리 회부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상태가 지속되거나 플루토늄 연료봉 재처리가 강행될 경우 중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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