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경기의 봄은 과연 언제 올까." 최근 IT주들의 부진으로 국내외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자 IT 경기회복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말 업계 전망은 PC교체 및 계절적 수요가 겹쳐 올 1분기에 IT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상은 장미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우울한 1분기 전망
우선 업계 기대만큼 PC교체 등 IT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관련업계의 올 1분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1999년말에 대대적인 PC교체를 유발했던 Y2K버그 같은 수요촉발 요인이 없고, 이용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데스크톱, 노트북 등 PC성능에 만족해 교체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들의 관심도 IT의 핵심이었던 PC에서 벗어나 디지털카메라,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휴대폰 등 멀티미디어 기기로 옮겨간 것도 PC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좋았던 IT업체들은 올 1분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PC수요 확대가 미비할 것으로 보고 신규 설비투자 규모의 축소를 예고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도 북한 핵 및 이라크전 등의 불확실성이 PC출하를 방해하고 기업들의 교체수요를 늦춰 아시아지역의 올 2분기 PC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PC판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반도체 산업의 올해 전망도 불투명하다.
당장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0월에 9달러에 육박했던 256M DDR D램의 국제현물시장 가격은 이달초 5달러선까지 떨어졌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이달말까지 D램 반도체의 현물 가격이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스도 2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뚜렷한 기기 교체 신호가 나타나지 않아 올 상반기까지 어려운 시장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설비를 대폭 줄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텔은 설비투자규모를 지난해 47억달러에서 올해 35억∼39억달러로, 대만의 TSMC는 지난해 16억달러에서 올해 10억∼12억달러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흔들리는 주가
이 같은 부정적인 1분기 전망 때문에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전자 및 반도체 관련주들은 힘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3거래일 동안 주가가 4% 이상 하락했으며 아남반도체도 주가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0% 이상 떨어졌다. 하이닉스도 14일 이후 주가가 10% 이상 내렸다. 반도체 장비주들만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부문 5조원 투자 소식에 힘입어 21일까지 미래산업 6%, 신성이엔지 2% 등 연이틀 상승세를 타고 있다.
PC주들도 부진하다. 현주컴퓨터는 지난해 4분기에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197% 증가한 24억원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21일 주가가 4%이상 떨어졌다.
현대멀티캡은 17일에 5%이상 떨어졌다가 21일 다시 2.08% 소폭 반등했으며, 삼보컴퓨터도 최근 5거래일 동안 15% 떨어진 뒤 21일 1.69% 올랐지만, 전반적인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
IT경기 회복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뚜렷이 대비되고 있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2분기로 예상된 IT제품의 수요둔화세가 이달말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PC경기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IT완제품 및 중간부품들의 재고가 필요 이상으로 쌓여갈 가능성이 크고, 불가피한 재고조정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예상되는 만큼 IT종목군의 하락모멘텀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살로먼스미스바니(SSB) 증권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 계획 및 1분기 북미 반도체 장비업계 수주량 증가로 미뤄봤을 때 올해 반도체 장비업계의 실적 개선이 예상돼 관련 투자등급을 '시장평균'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진영훈 연구원도 "PC수명과 기업의 수익회복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 기업의 PC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전쟁과 경기 등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D램 반도체 시장은 하반기부터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