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잇따라 공기업 민영화 후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강조하고, 민주당 개혁인사의 공기업 배치 방침이 나오면서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제도적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와의 간담회, 경제부처 합동간담회 등에서 구체적인 기업 이름을 반복해 거론하며 민영화한 공기업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공기업 인사 쇄신 불가피
공기업을 효율성이 중시되는 곳, 공익성이 강조되는 곳, 개혁이 더 필요한 곳으로 나눠 각각에 적합한 인사를 선임할 것이라는 게 노 당선자의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내 개혁적 인사의 공기업 행(行)도 상당수 이뤄질 전망이어서 공기업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현 정부에서 공기업 인사가 전문성·개혁성보다는 기관논리(유관부처 관료), 혈통주의(내부승진), 정치논리(낙선·공천 탈락 정치인)로 결정돼, 공기업을 '개혁의 무풍지대'로 만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19개 정부투자·출자기관 사장들의 분포를 보면 관료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정치인 5명, 군 4명, 내부승진 2명 등이며, 이중 절반 가량인 9명이 60세 이상으로 노후화했다.
그러나 당내 인사의 공기업 진출이 표면적으로는 물갈이를 뜻하지만 공개적·객관적 기준과 검증 없이 이뤄질 경우 과거의 낙하산 인사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한 공기업의 지배구조도 수술
노 당선자는 최근 포스코와 KT 등을 거론하며 "도대체 민간기업인지, 공기업인지, 주인이 누구며 감시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심스럽다"며 민영화한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KT가 민영화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오너 못지않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여전히 정치바람에 휘말리는 것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국민은행처럼 일부 정부 지분이 남아있거나 민영화 후 민간 지배구조가 확립되지 못한 과도기적 은행에 대해 "은행장을 뽑는 주체가 주주인지, 예금자인지, 정부인지, 종업원인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민영화한 공기업의 핵심적 문제인 최고경영자(CEO)의 전횡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 상실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위 전문위원인 임원혁(林源赫)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대변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재벌독식 우려
민영화 과정에 대한 인수위의 기본 시각은 "파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기업에,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민영화 과정에서부터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임원혁 전문위원은 "거평과 같이 지배구조가 왜곡된 민간기업이 대한중석을 인수하면서 효율을 오히려 저하시켰고, 두산에 인수된 한국중공업이 두산의 계열 리스크 때문에 신용등급이 AA-에서 BBB+로 네 단계나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민간으로의 이전만으로 효율성 제고, 경영 감시체계 구축 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와 기획예산처는 공기업을 매각할 경우 그때그때 자격요건을 정하는 현행 민영화 방식을 전면 개편, 모든 공기업 매각시 적용할 수 있는 자격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지분을 분산 매각토록 하거나 계열사의 부실이 새로 인수한 공기업으로 전이되지 않을 만큼 재무구조가 건실한 민간기업으로 인수자격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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