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지구정상회의를 계기로 1993년 여러 환경단체가 통합되어 결성한 환경운동연합은 한국의 대표적 시민운동 단체이다. 8만명의 회원수는 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이며, 그 영향력 또한 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0년간 이렇게 성장한 이유는 세 가지 정도 꼽을 수 있다. 첫째, 국민의 환경의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둘째, 중앙과 지방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함으로써 환경문제를 구체적으로 쟁점화할 수 있었다. 셋째, 최열 사무총장이 NGO 관리능력을 잘 보여주며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환경운동연합의 리더가 곧 바뀐다. 회원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서주원 (사무처장)씨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다. 제2세대 환경운동 활동이 예고된다고 하겠다. 신문에 난 그의 이력을 보니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든 후 갯벌보전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선운동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환경철학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수위원에 환경전문가도 없고…."
■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정책이 펼쳐질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지표는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0대 정책과제'에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 10대과제 어디에도 '환경'은 보이지 않는다. 행간에 숨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환경운동가는 물론, 학자와 일부 경제전문가마저 '이상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노무현 당선자가 표방하는 정책의 주제어는 진보다.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진보색을 띤 정부에서 환경문제는 중요한 정책항목이 되는 게 상례다. 서주원씨가 지적했듯이 새 대통령의 환경관념을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21세기에 환경이슈는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청소개념이 아니다.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경제활동을 생태효율적으로 바꿔나가는 사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환경이 더 이상 사람을 보호해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과학적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미래세대를 염두에 두고 현재 세대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산 관통도로를 재고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에 앞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본자세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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