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줄어들던 대입 재수생이 다시 늘어날 조짐이다. 중요 대입학원 정시 수강생 원서접수 마감일인 20일 새벽 학원가 풍경은 "재수학원 가기가 대학입시보다 어렵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달려가 줄을 섰는데도 원서접수를 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TV 뉴스에서 바라본 사람들은 그것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상위 5% 이내로 지원자격이 제한됐는데도 이틀 전부터 밤을 새워 줄을 서야 뜻을 이룰 만큼 올해 재수열풍은 뜨겁다. 아직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도 나지 않았는데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재수를 하면 수능 점수를 많이 올릴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 한다. 서울 강남학군에서 '재수는 기본'이라느니 '고교 4학년 과정'이라느니 하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하니 실상을 알 만하다.
더욱 놀라운 현상은 정시모집 원서도 내지 않고 일찌감치 재수학원을 택하는 고교 재학생과, 대학 재학생 중에도 재수생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은 욕망이야 시대의 차이가 있을 수 없지만, 도전도 해보지 않고 재수를 택하는 풍조는 들을수록 괴이하다. 아무리 1년이 문제가 아니라지만, 군 복무기간과 외국어 연수, 취업난 등을 감안하면 젊은 날의 1년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문제는 재수를 택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더 믿는 풍조에 있다. '학교는 그냥 다니는 곳'이고 공부는 학원이나 과외선생에게서 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더 확산되면 공교육이 발 붙일 곳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이런 학교 불신풍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 그 방법은 대학입시 자율화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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