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유엔 무기사찰단은 20일 이라크가 무기사찰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엔 사찰단과 프랑스, 독일 등은 "이라크가 협조를 약속한 만큼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사찰의 기간을 연장하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과 영국은 걸프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증파하는 등 압박을 강화,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사찰협력 합의 10개항
이라크와 사찰 대표단은 20일 바그다드에서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 뒤 이라크의 사찰 협조 내용을 10개 항목으로 명시한 공동 성명을 공개했다. 성명은 이라크 과학자 해외 조사 및 관련자 명단 추가 제출 빈 화학 탄두 등에 대한 이라크 자체 조사팀 구성 무기 관련 국내법 제정 및 시행 관련 시설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 보장 등을 골자로 한다.
이 중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해외 조사를 허용한 부분이다. 그 동안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해외 조사가 필요하다는 사찰단과 과학자들의 집단 망명 및 조사결과 조작을 우려한 이라크가 팽팽히 맞서 왔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과학자 해외조사 반대를 사찰 방해로 규정하고 "유엔 결의 1441호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다.
사찰단은 빈 화학 탄두와 핵 관련 문서 등이 발견된 상황에서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이라크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한 미 정찰기의 이라크 영공 비행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이라크가 끝내 거부해 미국에게 공세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사찰 기간 연장 논란
유엔 사찰단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은 이라크의 협조가 보장된 이상 사찰 기간을 최소 2달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현재 사찰이 50%밖에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1차 사찰 보고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출 시한인 27일 이후에도 사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현재 이라크전을 정당화할 근거가 없다"며 "사찰단에게 시간을 더 주고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국제사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끊임없이 이라크의 거짓말에 속아 왔다"며 공동 성명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사찰 연장에 반대했다. 미영은 이라크에게 일단 사찰 기회를 준 뒤 전쟁 여부를 결정하자는 프랑스의 '2단계 결의안'을 수용해 이미 수 개월을 지체한 이상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영국 병력 증파
미국과 영국은 걸프 지역 파병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20일 텍사스 주둔 제4 보병사단을 중심으로 한 3만 7,000여 명의 특별 기동 부대를 중부사령부로 추가 파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파병 개시 이후 최대 규모로, 지금까지 파병 명령을 받은 미군은 15만 명이다. 영국도 2월 중순까지 2만 6,000명을 추가 투입, 이미 파병된 해군 및 특수부대 8,000여 명과 합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미영이 수 주 안에 안보리에 이라크전 개시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경우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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