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게임 하나는 자신있는' 한 프랑스 청년이 무작정 한국땅을 밟았다.홀어머니의 걱정을 뒤로 하고 머나먼 이국 땅으로 떠난 이 청년의 이름은 베르트랑 그로스페이예(Bertrand Grospellier·23). 그해 한국에서 열린 월드사이버게임즈(WCG)에 참가해 스타크래프트 부문 2등을 차지한 후 한국행을 결심했다.
당시 인터넷에서만 만났던 최인규, 임요환 등 쟁쟁한 프로게이머들을 실제로 보고 한국에선 게임만 잘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고 없이 생활한 처음 2개월은 힘들었으나, 2년여 먼저 한국에 와 자리를 잡은 기욤 패트리의 매니저를 만나면서 생활이 달라졌다. 기욤을 비롯해 조정현, 장진남 등이 팀을 이뤄 연습 상대도 생겼고, 정기적으로 월급을 주는 스폰서(아이벤처)도 얻었다.
최근 네덜란드인 빅터 구센(20)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인이 섞인 '다국적군'이 됐는데,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서인지 이들의 팀명도 '드림팀'이다.
팀원들은 그의 성격에 대해 '솔직하고 착하다'고 말한다. 경기할 때마다 항상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진행 상황에 따라 너무나 쉽게 표정이 드러나기 때문에 '포커페이스'를 위해서 끼는 것이라고 한다.
베르트랑의 플레이 스타일은 한마디로 '저그 같은 테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떤 종족을 상대하든지 멀티 기지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커맨드센터를 건설할 수 있는 최소의 자원만 있으면 일단 만들어 놓고 본다. 그래서 다수의 SCV 유닛과 소수 병력을 생산해 상대편의 멀티 견제를 방어한다. 이렇게 장기전으로 몰고 간 뒤 여러 멀티 기지에서 생산된 충분한 자원을 바탕으로 탱크러쉬를 벌인다.
그는 플레이 스타일뿐 아니라 게임 종류도 '멀티'다. 스타크래프트 하나만 잘 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는 '워크래프트3'와 국산게임 '페이트',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까지 한다. 지난해 워크래프트3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고, 페이트 대회에서는 우승을 거뒀다. 상금과 스폰서가 주는 연봉을 합쳐 약 5,0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그는 이중 상당부분을 프랑스에 있는 어머니에게 부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래가 불투명한 직업인 프로게이머로서 고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게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한국이 좋다"며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