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입수된 대통령직인수위 문건에서 윤곽을 드러낸 '3단계 평화정착 방안'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5년간의 대북정책 이정표다. 현 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가 장기적인 통일과정을 담은 대북정책 목표를 설정한데 비해 임기 중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목표를 연도와 함께 적시한 게 특징이다.통일과정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3단계 통일방안과 일관성을 유지하되, 임기중에 냉전의 틀을 혁파하고 평화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법적으로 정전 상태인 남북관계를 군사적 신뢰조치(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 단계로 끌어올려 '남북연합' 전 단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교류협력과 남북 신뢰의 초석을 놓았다면, 새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때문에 이 방안은 단계마다 실천적 전략목표를 담았다. 1단계의 첫 목표로 당면 현안인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노 당선자가 각국에 제시할 북핵 해법의 초점은 다자간 북한체제 안전보장이다. 문건에 적시되지 않았지만 남북과 주변 4강 등 미·일·중·러 등 '2+4 방식'의 보장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체제보장 방식으로 보아 임기중 최종 목표인 평화협정체결의 주체도 역시 남북간 평화협정을 주변 4강이 보장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음 단계의 전략목표로 제시한 '관련 당사자간 위험 감소 및 관계 증진'은 바로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의 뜻대로 2005년까지 북미, 북일 관계가 정상화하면, 한국전쟁 당사국을 포함한 주변 4강의 남북한 교차승인이 사실상 완료된다. 말하자면 남북 쌍방의 평화 약속을 국제적으로 보증을 서는 다자 협력안보의 기반이 조성되는 셈이다.
노 당선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의 재정립을 추구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남북관계가 안정 궤도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 역할도 변경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미 주한미군의 감축에 대비할 것을 군 당국에 당부하는 등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평화구상은 안팎에서 상당한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이 방안은 우선 북한 핵 문제를 선명하게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 문제는 북한 미국 등 이해당사국은 물론이고 국내적으로도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러나 정전상태가 해소될 경우 당연히 주한미군의 지위에 변화가 가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인수위측 설명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 등 안보위기의 근본원인이 냉전구조에 있다는 게 노 당선자의 지론"이라면서 "국제질서의 변화를 감안해 집권 5년간 점진적으로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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