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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총리내정자 인선 안팎/盧, 대선직후 高낙점 주변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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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총리내정자 인선 안팎/盧, 대선직후 高낙점 주변 설득

입력
200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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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가 총리로 발탁된 과정을 되짚어보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일찌감치 구도를 정해놓고 주변을 설득해나간 흔적이 드러난다. 노 당선자는 대선 직후 고 전 총리를 만나 북핵 사태 관련 조언을 들을 때 이미 반이상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 핵심 관계자들의 얘기다. 노 당선자는 이후 '안정 총리'를 언급했다.고 전 총리는 대선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노 당선자가 야당의 집중공세에 직면했을 때 방어논리 개발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전 총리는 그러나 노 당선자가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 등을 통해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을 때 "앞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이는 나중에 노 당선자 주변에서 거세게 몰아쳤던 반대론의 주요 논거가 되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1월초 신계륜(申溪輪) 당선자 비서실장을 고 전 총리에게 보내 중간점검을 했을 때 낙점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 총리 후보 대상자에 대한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반대론자의 입지가 강화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론조사에서 총리의 덕목으로 개혁성과 청렴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노 당선자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개혁에 나섰던 박세일(朴世逸) 서울대 교수가 부각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고 전 총리가 내정 단계에 들어서는 2∼3일간의 과정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노 당선자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IT분야 전문성이 강점인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오 총장의 이름은 19일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의 입에서 최초로 흘러나왔고 노 당선자 주변의 핵심 인사들도 중요 검토 대상임을 시인했다. 한때 막판 경합 양상으로 가면서 20일 최종적인 여론 동향을 점검하려던 계획이 오후 들어 취소됐다. 이는 노 당선자가 더 이상의 고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때가 고 전 총리에게로 확실히 대세가 기운 순간이다. 그러나 20일 밤에도 오 총장 카드를 살려놓으려는 일부의 시도는 집요하게 이어졌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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