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작된 제9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와 북측 대표단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김령성 북측 단장은 인천공항 환영식에서 "노 당선자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미 노 당선자가 지난 18일 TV 토론에서 북측 대표단과 만날 의향을 밝힌 만큼 면담 성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23일 제2차 전체회의 이후 북측 대표단이 노 당선자측을 예방하는 형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면담에서 노 당선자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간 메시지가 오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노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면담 의사를 밝혀놓은 만큼 북한 상층부가 대표단에게 모종의 지시를 했을 가능성이 큰데다, 노 당선자 역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의지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북핵 특사 파견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회담에서 남측은 무엇보다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북측이 스스로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도록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정세현(丁世鉉) 남측 단장은 "이번 회담에 대한 취재 열기가 가장 높다"는 말로 북측의 적극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핵 논의 여부에 대한 즉답을 회피, 의제 설정에서부터 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북한이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우리측에 대미 비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공산이 커 북핵 파문을 가라앉힐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착공식, 금강산 육로관광 등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예상된다. 유엔사와 갈등을 빚어온 군사분계선(MDL) 통과문제에 대해 북측이 최근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이르면 금주에 재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특히 북측이 먼저 경의선·동해선 연결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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