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을 볼 때마다 가슴 속에 커다란 바윗돌이 들어앉습니다."한강을 바라보며 높이 130여m의 나지막한 개화산 자락에 안기듯 들어선 서울 강서구 개화동 상사마을. 주민 박모(65)씨가 뒷산 중턱을 가로질러 마을을 깔고 앉듯 지나가는 개화터널 노출구간을 보며 하소연 했다. 강판으로 만들어져 햇빛에 번쩍이는 그 거대한 인공터널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비행기 격납고를 연상시킨다.
수령 350년의 은행나무가 지켜온 이 마을의 평화는 1996년 11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개화산에 터널을 뚫는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면서 깨졌다. 주민들이 거세게 설계변경을 요구했지만 3년 후 각 3차로에 길이 630여m의 쌍굴이 생겨났고, 이중 하행선 공항쪽 출구부에 소음과 먼지피해를 줄이려 만든 연장 150여m의 육중한 인공터널이 마을을 타고 앉았다.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이 때문에 시공사 포스코건설에 대한 원성도 끊이지 않았다. 마을에 들어선 흉물을 보며 주민들은 "흙을 덮어 나무를 심겠다던 약속도 공사가 끝나자 없어졌다"고 말했다.
마을 모습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터졌다"는 '남포'(다이너마이트)는 70여 채 집을 기울게 하거나 벽에 금을 냈지만 아직까지 보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주인이 공사를 피해 외지로 나간 한 집은 공사가 끝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비어 있다. 집 뒤꼍을 인공터널에 내 준 오모(62)씨는 "비가 많이 오거나 큰 눈이 내리면 겁이 난다"고 했다. 인공터널 외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이 별도의 배수로가 없어 곧바로 뒤뜰로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 도로 관리를 맡고 있는 신공항하이웨이(주)가 지난해 여름 측벽에 물받이를 설치했지만 용량이 부족해 넘칠 뿐더러 그나마도 중간에서 끊겨 있다.
이곳에 들어온 지 10여년이 지났다는 한 주부는 "터널이 개통된 후 까만 먼지가 쌓여 여름에 창문 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루 5만여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개화터널은 개통 1년도 안된 2001년 7월 터널 내부 벽에 들러 붙은 매연 그을음을 벗겨내는 청소작업을 벌였다.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양모(77)씨는 "물맛이 좋아 근동의 사람들도 길어다 마셨던 동네 약수가 뒷산에 굴이 뚫리면서 말라버렸다"고 화를 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측은 "피해 보상은 90%가 끝난 상태이고 보상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주민과는 계속 협의 중이며, 인공터널에 흙을 덮는 것은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사전에 밝혔다"고 주장했다. 신공항하이웨이측도 "외벽 빗물처리는 현장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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