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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라이프]"연장" 탓 하다 집중력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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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의 골프&라이프]"연장" 탓 하다 집중력 흐린다

입력
200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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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퍼터 한 개를 선물받았다. 시중에서 흔히 보이는 퍼터가 아니었다. 퍼터 헤드에 연마자의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다 새 퍼터는 전부터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오랜만에 사용해 보는 구즈넥의 형태를 갖춘 것이었다.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새 퍼터에 호감을 갖게 됐다. 기존 퍼터는 구입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이었다. 구입할 무렵엔 매우 인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골프샵에 가서 직접 골랐는데, 앞으로 5년은 사용할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새 퍼터가 생기자마자 옛날의 퍼터가 어쩐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 퍼터를 시타해 본 뒤부터 예전의 퍼터는 조금만 실수해도 크게 빗나가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새 퍼터는 아무렇게나 쳐도 똑바로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디자인이 투박해 보였다. 그래서 당장 퍼터를 바꾸자는 마음이 서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의 골프백에는 한 동안 두 개의 퍼터가 들어 있었다. 그 때문에 어떤 날은 골프장에 갔다가 캐디가 어느 퍼터를 사용할 것이냐고 물어와 골프규칙에 반해 15개의 클럽을 가지고 라운딩을 하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 드라이버를 갖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새로 얻은 드라이버가 기존의 것보다 월등하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드라이버가 어떤 이유에선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히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새 것을 사용하면 옛날 것이 좋아 보였다. 그러면 다시 옛 것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새 것이 더 나아 보였다. 얼마 동안 그런 혼란 속에 시달리다 보니 스윙마저 변해 버렸다. 결국 나의 골프가 커다란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지난 일요일 나는 새해 첫 라운딩을 했다. 골프장에 도착, 옷을 갈아입은 다음 문득 골프백에 퍼터가 두 개 들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경기 진행실을 찾아가 새로 얻은 퍼터를 꺼내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놓으라고 부탁해 놓고 일행들이 있는 식당에 가서 차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새 퍼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골프를 잘 하는 사람은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다. 옆사람이 조크를 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아야 골프를 잘 한다. 그들은 골프를 시작한 이래 적어도 한 철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골프만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골프가방에 이 클럽 저 클럽이 들어있으면 골프에 집중하기 어렵다. 골프를 하다가 자주 다른 사람의 클럽을 시타해 보고자 하는 사람의 스코어가 좋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변호사 sodong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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