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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제4부-경제 (15)변화하는 풍속과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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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제4부-경제 (15)변화하는 풍속과 가치관

입력
200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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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의 가장 큰 특징은 탈집체화와 계약제의 실현이다. 이는 중국인의 의식과 생활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가 최우선시 되고 개인이 주체가 되면서 치열한 경쟁과 적자생존 법칙이 생활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어떤 고통도 감내한다는 정신으로 무장,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이러한 자세 변화는 소득증가로 연결됐다. 1985년 398위안(약 5만 9,000원)이었던 농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000년 2,253위안으로 늘었다. 도시인 소득은 같은 기간 739위안에서 6,280위안으로 증가했으며 2002년 말에는 8,270위안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의 중산층들은 1년에 5만 위안은 족히 벌어들인다.

경제성장은 소비생활의 제고로 연결됐다. 베이징 일반 가정의 1인당 연평균 소비는 9,250위안에 이른다. 이중 고급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구입비는 1,219위안, 국내외 관광을 포함한 문화·오락생활비는 1,283위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과보호·노인문제 새로 등장

가족구조와 생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20여년간 실시된 '한 부부 한 아이 낳기'에 따라 핵가족이 보편화 했고, 이들 가정의 아이는 부모의 보상만족 심리에 의해 과보호와 과소비를 누리고 있다. 아이를 위한 각종 과외공부도 유행이다. 도시 중산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수입의 절반은 아이를 위한 사교육비와 보모 고용비에 쓰여진다. 대도시 부유층 가정에서는 석사 학위자를 고액 가정교사로 채용하고, 영어를 쓰는 필리핀 여성을 보모로 고용하기도 한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령인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적 부담으로 떠올랐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려는 생각이 희박하고, 또 그럴 준비도 돼있지 않다. 반면 봉건잔재로 매도됐던 전통적 친족관계는 부활되는 추세다. 사당과 무덤 중건 등 조상숭배가 재연되고 경조사도 성대하게 치러진다. 긴밀해지는 친족관계는 친족 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자원 역할을 함과 동시에 부정부패 등 각종 경제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간 가치관 차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30대 이하는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정식교육을 받은 세대다. 대학생들은 혁명역사 연구보다는 토플시험과 유학, 취직준비에 골몰하거나 펑크 스타일에 오토바이를 타며 록카페를 찾는다. 고학력자들 가운데는 개인적 생활을 향유하고 전문직 경력을 쌓기 위해 결혼을 미루거나 독신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젊은 세대, 공산당에 관심 적어

이들은 공산당에 대한 관심도 적다. 당원으로서의 혜택이나 명예는 개인의 경제적 성취에 비해 별다른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바뀌어야 할 대상은 공산당 자체다. 이들은 관료적 권위체제에 대한 비판세력으로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으며, 동시에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게 갖고 있다.

20여년 간 두드러진 사회·경제적 현상의 하나는 1억 명 이상의 인구가 지역적 이동을 하면서 전체 인력구조에 대변혁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과 낙후지역의 노동자들이 대도시로 일거리를 찾아 몰려드는 것이다. 고급인력 역시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특정 도시로 몰려들면서 지역간 경제격차와 인력구조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가 내부에서 지역간 지배-피지배적 식민지 관계를 만들고 있어 국가통합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중국은 한국이 30년에 걸쳐 이룩한 압축적인 성장을 80년대 후반부터 약 15∼20년의 기간에 이루고 있다. 그 와중에서 경제와 관련된 각종 범죄와 분규가 급증하고 전통적 가족개념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사이의 갈등, 권력과 빈부격차에 의한 새로운 계층화, 세대에 따른 사회적 세력의 다양화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제지수가 현저히 향상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중국은 역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2,000만 명 엘리트가 사회 주도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인재양성 결과 20여년 간 배출된 대학, 대학원 졸업자, 해외유학 귀국자 등 전문인력 규모는 2,000만 명을 넘는다. 도시인구 4억6,000만 명 중 약 1%가 연 수입 100만 위안(1억5,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부유층이다. 이들이야 말로 중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기술·경제 엘리트 세력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평범하고 가난한 군중 뒤에서 강한 자부심과 성취의욕을 갖고 뛰고 있는 엘리트 세력의 존재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서구식 상점과 호텔이 즐비하고 화려한 화장과 복장을 한 여성과 자동차로 가득찬 도시에서 보면 중국은 서구화의 물결에 휩싸인 듯 하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실현되자 사람들은 곧바로 문화대혁명 때 파괴됐던 유적과 유물을 복원하고 집단 축제와 가정의례를 부활시키기 시작했다. 전통과 관습의 부활은 개인에게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한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사이에 상부상조 체제를 만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광산업의 정치·경제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전통문화가 해외투자 유치와 국가위상을 높이기 위한 외교자원으로 개발·홍보되고 있다. 문화가 중국에 대한 외국인의 호감과 신비감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산업으로 부각된 것이다. 문화유산은 오늘날 문화대혁명 때와는 정반대로 중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의 원천이자 정치·경제·사회적 자원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지식인 대우·지위 크게 향상

최근 변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식인에 대한 대우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념보다 지식과 기술이 우선시되고 지식기반 산업이 발전하면서 지식인의 전통적 우월성이 부활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 등 고등교육에 대한 선망이 높아지고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도 각별해지기 시작했다.

한류(韓流)를 비롯한 외국문화와 유행에 대한 열광적인 수용은 중국인의 자기문화 경시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가진 외래문화의 소화력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와 전통문화를 조화시키고, 외래문화를 즐기면서도 민족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자존심을 견지한다.

중국 정부와 지식인들은 고유문화가 갖고 있는 대외적인 흡인력을 잘 인식하고 있다. 상인들도 전통문화가 지닌 상품적 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자원으로서 뿐 아니라 민족 정체성과 자존심의 근본으로서 전통문화를 부활하고 전승하려는 노력은 계속 활발해질 것이다.

세대, 사조,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출현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은 전통의 해체나 문화적 혼란이 아니라 중국인이 가진 문화적 역동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요소들이 활발하게 혼재하면서도 중국적인 것이 문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광 억(金光億) 서울대 사회과학대교수

■차이나 핸드북 / 性개방

개혁·개방은 정치, 경제적 변화 뿐 아니라 성문화도 과거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광둥(廣東)성의 양성만보(羊城晩報)는 부부 교환 섹스의 경험담을 실어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이에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가 타락한 성문화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양성만보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 전례없는 성 논쟁이 벌어졌다.

중국의 성문화 개방 흐름은 2년마다 개정되는 중국어 사전에 추가될 단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이 사전에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등 성과 관련된 단어들이 새로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증거다.

최대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매춘 인구도 성 문화의 변화를 나타낸다. 중국 정부는 매춘과 스트립쇼 등을 사회적 공해로 규정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빈곤과 배금주의가 깔려있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적 권리 주장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산업재해 등으로 성기능을 잃은 직장인의 아내들이 "성적 권리를 침해 당했다"며 잇따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후난(湖南)성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혼전 성행위를 문제될 게 없다고 답했다. 또 30% 이상이 다수 상대와의 혼전 성행위를 괜찮다고 응답했고, 약 10%는 동성애에도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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