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高建) 전 총리는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총리 내정 통보여부에 대해 한참 뜸을 들이다 "없다"고 부인하거나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그러나 노 당선자와의 전화 통화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지금은 할 말도 드릴 말도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동숭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노 당선자에 대한 평가와 개인적 인연 등에 대해 소상히 털어 놓았다. 그는 특히 노 당선자를 "원칙을 세웠으면 그것을 관철하는 원칙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전 총리는 최근 재계와의 마찰 등 노 당선자의 성향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어떻게 G10 정도에 들어가느냐 하는, 그런 미래지향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적극 옹호했다. 고 전 총리는 노 당선자가 총리감을 언급하며 제기한 항해사론 등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호응하면서 자신을 두고 한 말 같으냐는 질문에 "기자들 생각과 같다"고 은근히 내정 사실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술기운이 오르자 재산 변동 여부까지 소개하는 등 청문회에 대비하는 듯한 인상까지 줬다. 개혁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1980년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 때 5·17 비상계엄확대조치에 반대해 사표를 냈던 사실을 소개하며 "얼마 전 정부기록보존소에 사람을 보내 사표 수리 기록을 찾았다"고 반박했다. 참신성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필요로 할 때 들어가 봉사하고 내 일을 마치면 나온 것"이라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가진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경륜론'으로 비켜갔다. 고 전 총리는 최근 동숭동 자택을 월세로 주고 그 돈으로 근처 빌라에 전세를 옮긴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리곤 "평생 처음 한 재테크인데 성공한 것 같다"면서 "워낙 없이 살아서 세금 액수도 다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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