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메세나(문화예술 지원)도 이만하면 멋스럽고 알차다. 프랑스 은행 크레디 리요네(Credit Lyonnais)는 한국에서의 메세나 활동의 하나로 올해부터 매년 젊은 현대미술 작가 한 사람을 선정, 화집을 출간해 주는 '크레디 리요네 아트북 프로젝트' 를 만들었다. 그 첫 대상 작가로 서양화가 엄정순(42·사진)씨가 뽑혔다.크레디 리요네는 프랑스 양대 은행의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 지점을 연 지 25년이 됐지만 기관과 기업, 은행을 주고객으로 하는 업무 성격상 일반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조프르와 들라수스 한국본부장은 "아트북 프로젝트 제정은 21세기를 맞아 한국·프랑스 양국의 경제 관계뿐 아니라 문화·예술 관계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역량 있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개인 화집을 낼 여력이나 기회가 없는 젊은 작가의 영문·한글 동시수록 화집을 출판해 컬렉션을 만들어 간다. 해외에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작가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창구도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회 심사는 1960년 이후 출생한 작가를 대상으로 이뤄져 최종 6명의 후보 가운데 엄씨가 선정됐다. 그는 이화여대 서양화과, 독일 뮌헨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8차례의 개인전과 여러 번의 단체전을 가졌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화집 서문에서 "엄정순의 작품은 선(線)에 의한 사색이라고 불러도 좋을, 명상하는 선의 궤적이다. 시각으로 대상을 포착하지 않고 곤충의 촉수처럼 더듬어 간, 기억의 총체에 의한 선의 누적은 꽃이 되기도 하고 인물이 되기도 하고 풍경이 되기도 한다"고 평했다.
화집 출판기념 전시회가 학고재 화랑(02―720―1524)에서 20일 개막, 30일까지 열린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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