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무총리 인선이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개혁적 인사냐, 안정적 인사냐를 두고 이는 관심도 크지만, 이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종 결정에 앞서 야당과 협의를 거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구상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동의, 국회의 동의를 얻는 필요적 절차인 만큼 당선자가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동의를 위해 사전에 의논하는 것은 일단 성실한 모양새를 보여 준다.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당선자측의 이 발상은 성실한 정치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정권 초기 정치 질서를 새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구상 중 하나일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과장해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과거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고, 청문회가 본격 실시되면서 생기는 새 정치관례라는 점을 강조할 이유는 충분하다.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총리를 임명토록 한 헌법의 정신이 바로 원내 다수당과의 협의절차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총리 인선이 이런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면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민주적으로 정상화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야당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한 노 당선자의 국회관, 야당관과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소야대의 정치구조를 상당기간 겪으면서도 소수의 정부·여당과 다수 야당이 각자에게 걸맞은 권력을 분점해 국사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슬기를 터득하지 못했다. 특히 집권여당은 이 점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총리 인선 협의를 위해 노 당선자가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만난다면 이 또한 뜻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양측은 대선 이후 깊은 앙금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나 이대로는 국정이나 의정이 제대로 풀릴 리가 없다. 개혁 과제를 처리하고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대처하는데 대통령과 제1당의 관계정립은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도 이런 차원에서 초당적 협력과 건전한 경쟁을 펴갈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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