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세대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치 패잔병처럼 밀려나는 수모와 패배감에 어쩔줄 몰라하고, 젊은 세대는 인터넷파워를 자랑하며 윗세대를 '변화를 모르는 수구','현실과 타협해온 무사안일' 계층으로 몰아간다."조선일보의 간판 논객인 김대중씨가 1월 11일자 '점령군의 진주(進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 말이다. 지역 및 세대 분열주의를 선동하려는 건가? 무엇보다도 김씨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걸 지적해야겠다.
이번 대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7.5%에 지나지 않았으며, 투표에 참여한 20대와 30대의 34%가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진 50대와 60대도 각각 40%와 34%에 이른다. 또 '젊은 세대'가 '늙은 세대'를 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공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씨가 지적했듯이, "어느 지역은 TV는 물론 신문도 안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우려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문제를 '점령군의 진주(進駐)?' 운운하는 식으로 자극하고 선동하는 것으로 대처해야겠는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은 60%에 이르지만, 세대간 차이는 매우 크다. 2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6%인 반면,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9%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있어서 50대 이상의 세대가 주로 의존하는 이른바 '조중동'과 그 이하 세대가 주로 의존하는 인터넷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정작 따져봐야 할 것은 그런 문제일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자극하고 선동할 게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충격이 매체 이용 행태의 큰 차이로 인해 빚어진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구 세대의 인터넷 이용을 장려하고, 인터넷의 탈 중심· 탈 권위 속성을 이해하게 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조중동이 이번 대선 보도에 있어서 독자들을 크게 오도했다면 그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다. 이게 바로 국민 화합을 이루는 길이 아닐까?
그러나 조중동의 지면엔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주장만 난무하니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예컨대, 문학평론가이자 연세대 교수인 정과리씨는 조선일보 1월 9일자 칼럼에선 "기성세대여, 기죽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주장이 과연 국민 화합을 이루는 데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나이가 먹을수록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이 50이 다 된 나도 요즘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30대들을 보면 주눅 들 때가 있지만, 그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해 나의 '비교 우위'를 갈고 닦느라 애쓰고 있다. 인류 역사 이래로 그런 경쟁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이번 대선 결과 나타난 개혁 의제를 왜곡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기 바란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