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새 정부의 일부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 임원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사추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는 이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관행을 공개 검증 명분을 앞세워 아예 공식화하겠다는 발상이어서 적잖은 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현재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 대표 이사 감사 등에 당에서 갈 수 있는 자리가 250∼300개 정도 된다"며 "지난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 자리에 대한 추천을 받고 선정하기로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공기업 및 정부산하기관의 자리를 따지면 2,000∼2,500개 정도가 된다"고 지적, "이 중 개혁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당 인사가 갈 수 있다고 보며 해당 직책은 250∼300개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방침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9일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장사를 하거나 이익을 내야 할 자리에는 경영마인드가 있는 사람, 공익성이 필요한 자리에는 관련 전문가를 임명해야겠지만 개혁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당 인사를 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 당선자는 전제 조건으로 "당에서 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게 걸러 합당한 사람을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은 과거 대통령 측근 또는 당 실세들이 공기업체 요직을 좌지우지, 무원칙한 인사로 문제를 일으켰던 폐해를 시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노 당선자로선 오랜 기간 정치를 하고 대선을 치르면서 여러 분야에 '신세'진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 중 일부에 대해선 자리로 보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선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공기업체 인사에 간여하는 것은 결국 낙하산 인사의 재판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대상 공기업 노조와 야당의 반발 등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당에서 구성될 인사위가 아무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해도 결국은 정치 논리, 또는 당내 역학 구도에 따른 나눠먹기식 자리 배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일부에선 "개혁성이 요구되는 기관을 판정하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노 당선자 대변인실은 이날 저녁 "노 당선자는 공기업체에 당 개혁인사를 기용할 계획은 있지만 그 수가 250∼300명이라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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