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지났다.""아직은 아니다."내수위축 및 소비 둔화로 '찬밥' 취급 받던 백화점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유통주를 둘러싼 바닥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관련 수출주들이 실적 둔화와 환율에 발목 잡힌 사이, 설 특수가 다가오고 내수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내수 소비·유통주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하지만 가계 대출 규제정책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내수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시기에 대한 견해도 엇갈리고 있어 유통주의 '부활'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백화점주의 반란
올 초까지만해도 백화점업체 주가에 대해서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식의 비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적어도 올 2분기나 상반기는 지나야 소비 심리와 내수경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관련 기업주가도 그때서야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분석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이 같은 증권사들의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 백화점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일 증시에서 현대백화점은 3%가까이 오르며 6일째 25%가 넘는 상승행진을 이어갔고, 신세계는 7일째 랠리를 펼치고 있다. 대구백화점 현대DSF 등 지방백화점과 LG홈쇼핑 CJ홈쇼핑 등 다른 유통주들도 상승 행진에 속속 동참했다.
기대감의 반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서둘러 백화점의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느라 법석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내수 소비재 업종에 대해 최근 긍정적인 관점으로 선회하게 됐다"며 백화점과 홈쇼핑주의 투자등급을 올렸다.
애널리스트들이 주목하는 유통주와 관련한 환경변화는 일단 소비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지표발표와, 신정부의 가계 대출 및 카드규제 정책 변경 가능성, 최근 원화가치 상승 등 환율변화, 설 특수 기대감 등이다.
우선 소비자들의 향후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지난해 12월 94.8로 11월(93.4)보다 소폭 상승하며 6개월간의 하락행진을 멈추고 상승 반전했다는 점이 촉매역할을 했다.
백화점들이 최근 실시한 올해 첫 세일에서 3∼7%의 매출성장을 기록했다는 점도 가계 소비심리 회복기대에 불을 지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인수위원회가 가계 대출및 신용불량문제와 관련 규제를 다소 완화하고 내수 진작책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백화점등 내수 유통주들이 최근의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 대외경기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이들 주식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비중확대' 對 '보수적으로'
삼성증권 한영아 연구원은 "가계 신용 규제가 완화되는 경우, 소비자 기대지수 및 소비성향 등이 외환위기를 제외하고 역사적인 저점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며 "내수 소비재업종 이익성장률은 3분기부터 호전되는 만큼, 주가는 내수억제 정책기조 완화나 가계 대출 연체율 하락, 부동산 가격하락 우려 완화 등이 나타나는 시점인 2분기 중에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유통주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투자전략 면에서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며 "아직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과 내수경기 반전을 확인하기 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고, 최근 급등한 주가가 돌발 악재에 따른 추가 하락할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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