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서 '3구삼진'의 규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888년부터였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스트라이크존도 명확하지 않았고 들쑥날쑥한 삼진아웃제도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타자입장에서 보면 야구는 3할의 승부이다. 타율 3할을 기록하면 강타자로 여긴다. 3차례 타석에 들어서 1번만 안타를 치면 성공하는 셈이다. 나머지 두번은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나도 칭찬을 받는 것이다. 역으로 투수에게는 7할의 승률이 보장된다. 확률상 절대적으로 투수가 유리한 게 야구경기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확률상 그렇다는 말이다.
현역시절 나도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유독 상대하기 편한 타자가 있었다. 타격왕에 여러 차례 올랐고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타자였던 그는 내가 마운드에 서기만 하면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한번은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구질의 볼을 잇따라 세번 던져 3구삼진으로 아웃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하기 거북한 타자도 없지 않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삼진을 당할 각오를 하고 타석에 들어서 자기 스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홈런을 맞기도 했고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삼진을 두려워하면 삼진을 당한다.' 야구계에서 통용되는 불문율중 하나이다. 무슨 일에 불안해 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실제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삼진을 두려워하면 삼진을 당한다는 것도 똑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골퍼들 가운데 특정 홀에서 계속 OB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번에 이 홀에서 OB를 기록했기 때문에 오늘도 OB를 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선입견이 머리속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우측 뇌는 근육을 지배하는데 실패를 겁내면 이전의 실패했던 기억을 되살려 근육이 잘못 움직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사를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실제로 불가사의하게 나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빅딜로 팀을 옮긴 선수들이 여럿 있다. "구단이 나를 트레이드하지는 못하겠지"라고 설마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현역시절 경험에 비춰볼 때 본의 아니게 팀을 옮겨 성공하는 선수도 있고 실패하는 선수도 있다.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과거를 빨리 잊는 것이다. 비단 야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사가 결과를 두려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선동열의 야구불문율'이 필자 사정으로 당분간 쉽니다. 필자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홍보위원이 일본에서의 지도자연수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시 연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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