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을 당사자로 하는 기존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협상 구도가 주변국들을 포함하는 다자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먼저 북한 문제의 다자화 계기는 북한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9일 "북한 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길 희망한다"며 다자 무대인 유엔에서의 북한 문제 논의를 기정 사실화했다. 비록 러시아가 이에 반대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보리 회부를 결의한다면 미국의 입장은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보리 상정 후 북한 문제 논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 일본이 참여하는 'P5+2'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안보리 내 P5+2로 임시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한반도 문제의 상설적인 다자 틀로 굳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상임 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당사자로 부상할 여지가 작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양자 구도를 다자 구도로 바꾸려는 미국과 주변국들의 입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변국 모두가 참여하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완전 차단하고 대북 대가의 부담을 일본 한국 등과 나눠 지겠다는 미측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북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이 문제가 북미간의 문제로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의 19일 발언도 이런 공감대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2일 노무현(盧武鉉) 당선자 특사단 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할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사견임을 전제로 남·북한과 미, 중이 참여하는 기존의 4자 회담 구도에 일본과 러시아가 가세하는 6자 구도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기 정부가 6자 구도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미 양자 협상 구도를 이번에도 상정하고 있는 북한은 18일부터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다자 구도가 사태 해결 전망을 흐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 핵 문제 본안 논의에 앞서 논의 주체 및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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