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임박 등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중동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해 배럴당 평균 23.81달러로 2001년의 22.82달러에 비해 소폭 오르며 안정적인 20달러선을 유지했으나 올들어 지난 17일 기준으로 28.26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도 베네수엘라의 정치 불안으로 석유수출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배럴당 34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증권 전종우 연구원은 "전쟁 발발 가능성 때문에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으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쟁의 단기화 및 OPEC의 증산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의 산업생산 가동률 하락으로 원유소비량이 줄 것으로 보여 1분기를 정점으로 배럴당 27달러대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유가 인상에 따라 업종별로 전망이 갈리고 있다. 화학업종이 제품가격 인상, 중국 수출증대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으로 연일 하락세를 타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으며 항공, 해운도 원료비 상승 압박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건설, 일부 실적 호전주, 유전관련주 들은 유가 상승의 간접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대한투자신탁 경제연구소 최일호 연구원은 "전쟁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주가 지수 대비 실적 변동 가능성이 작은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며 "신도리코, 삼양사, SK텔레콤, 웅진닷컴, 동아제약, KEC 등을 관련 종목으로 꼽았다.
또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중동지역 국가들의 경기회복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진출 가능성이 커져 LG건설,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등의 건설관련주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SK, 삼성물산, LG상사, 효성 등도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급격히 오르고 있는 환율이 향후 투자전략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진 뒤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며 최근 5개월 동안 최저치인 1,17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각 증권사들은 올해 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회복 둔화를 이유로 달러 약세를 예견하기는 했으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지적이다.
달러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기회복의 지연과 재정적자 확대이다. 여기에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의 회복신호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달러화는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회복신호가 늦어지는 가운데 미 정부도 달러화 약세를 방관하고 있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대신증권 경제연구소도 이번 주에 원·달러환율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전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원·달러환율이 최고 1,165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수출 관련주들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달러당 받을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으면서 수출비중이 낮은 기업들은 유리하다. 자재 구입에 필요한 원화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이자로 내야할 달러당 원화가 적게 들어 유리하다. LG투자증권 신현호 연구원은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전략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며 "수입비중이 높고 수출비중이 낮은 음식료, 철강, 비철금속, 제지, 항공업종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이 달러약세기에 유리한 종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농심, 하이트맥주, CJ, 수출포장 등을 꼽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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