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영화가 늘 그렇듯 '스몰 타임 크룩스' 역시 우디 앨런을 위한, 우디 앨런의, 우디 앨런에 의한 영화다.한심한 좀도둑 레이(우디 앨런)와 쿠키 만들기가 취미인 매니큐어 분장사 프랭키(트레이시 울만). 은행 금고를 털기 위해 건너 집 가게를 세내어 땅을 파들어간다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눈가림으로 쿠키 가게를 연다. 그런데 웬걸, 프랭키의 쿠키가 순식간에 뉴욕의 명물이 되고 체인점을 세우면서 쿠키 재벌이 된다.
우디 앨런 표 코미디의 진짜 시작은 여기서부터. 돈방석에 올라 앉은 프랭키는 온갖 사치를 다 부린다. 날마다 개구리 뒷다리를 먹고 온 집안을 호랑이 가죽으로 도배한다. 레이는 싸구려 소파에 벌렁 누워 고칼로리 피자를 먹던 옛날이 그립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돈으로도 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교양. 프랭키는 교양녀가 되기 위해 안달을 하고 급기야 허영심에서 미남 미술상 데이비드(휴 그랜트)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다. 돈이 아쉬운 데이비드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다. 프랭키는 레이를 점점 한심하게 여기고 둘 사이는 멀어진다.
우디 앨런이 풍자하려는 것은 소위 교양이란 어떻게 정의되는지, 진정한 교양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교양 있는 척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짓거리인가이다. 프랭키의 한심한 노력을 보고 있으면 우디 앨런의 섬세한 관찰과 삐딱한 시선, 코믹한 감각에 다시 한번 무릎을 치게 된다. 휴 그랜트, 트레이시 울만의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역시 너무나 우디 앨런적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를 한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가 이끄는 풍자의 그림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유쾌한 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항상 무언가 가르침을 주려는 그의 태도를 이제는 하나의 영화적 관습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그런데 우디 알렌은 그걸 알까? 우디 알렌의 코미디를 이해하고 웃을 줄 아는 것이 뉴요커는 물론 한국의 '의식 있는' 팬들에게도 교양의 또 다른 증거가 된다는 것을. 원제 'Small Time Crooks'.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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