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리바운드는 감독을 즐겁게 하지만 3점 슛은 팬들을 즐겁게 한다. 피를 말리는 박빙의 승부에서 상대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호쾌한 3점슛처럼 시원한 장면이 또 있을까.캥거루 슈터 조성원(31·180㎝·서울SK·사진)이 19일 안양SBS전에서 두번째로 개인통산 3점슛 800개 고지를 점령했다. 조성원은 새해를 어느 해보다 굳은 각오로 맞았다.
지난달 31일 창원LG가 우승을 위해 조성원을 퇴출시키고 장신 슈터 김영만(31·193㎝)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맞트레이드 자존심 구겨
옛 현대시절 4쿼터의 사나이로 불렸던 조성원은 2000∼2001시즌을 앞두고 LG 김태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조성원은 폭발적인 3점슛으로 LG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제2의 농구인생을 구가했다.
시즌 개막전만 해도 팀내 최고인 2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간판스타로 대접 받았던 조성원은 시즌에 접어들자 위상이 흔들렸다. 조성원의 3점포는 영점조준이 흔들렸고, 급기야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김태환 감독은 올 시즌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단신으로 수비 매치업에 결격사유가 있는 조성원을 방출하고 큰 키에다 수비력까지 겸비한 김영만과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높이가 좋은 동양이나 TG, 삼성을 상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조성원으로서는 당연히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스타
하지만 진정한 스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조성원은 서울SK로 옮기면서 높이보다 스피드를 택한 최인선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슈팅가드로 출장시간이 많아지면서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아 갔다.
더욱이 15일 6번째로 개인 통산 5,000점을 달성했고 19일에는 전매특허인 3점슛 800개를 돌파, 자존심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성원은 19일 현재 서울SK의 성적이 9위에 불과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투명하지만 내년 시즌을 다짐하며 재기의 3점슛을 던질 각오다.
비록 문경은에 65개 뒤져 있어 900개 고지 선점은 힘들겠지만 대망의 1,000개 달성의 금자탑만은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오기로 구슬땀을 흘리며 3점슛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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