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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성형수술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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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성형수술 왕국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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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당한 뒤 콧등과 미간 사이에 실리콘을 넣었던 30대 공무원이 며칠 전 자살했다. 그는 실리콘이 썩어 들어가 얼굴이 기형적으로 변하고 시력도 저하됐다고 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마이클 잭슨의 괴물같은 얼굴도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보여 준다. 그는 7번이나 코수술을 했다.■ 성형수술은 이처럼 위험하며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는다. 원래 성형수술은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적 변형을 조직 이식등 외과적 기술로 고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코를 세우고 처진 가슴을 끌어 올리는 미용성형이 전부인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 미용성형의 고객은 주로 여자들이지만,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는 가슴근육을 탄력있게 만드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수술은 여성의 가슴확대수술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도 2001년에 각종 성형수술을 받은 미국남성이 전체의 15%라는 보도가 있었다.

■ 우리나라는 성형수술 왕국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지난해 8월, 한국성인 10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10개월간 7차례나 쌍꺼풀수술을 받은 여대생도 있다는데 이쯤 되면 성형중독자라 할 만하다. 외국에 나가 수술받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은 중국 일본여성들이 한국으로 성형투어를 올 정도가 됐다. 국내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600여명이 한 해 10만∼20만건의 수술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카드회사는 여성전용카드 회원 중 매달 20명을 뽑아 성형수술비 명목으로 100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성형을 부추기는 풍조다.

■ 성형수술이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수익성이 좋자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꾸는 의사들도 늘었다. 무자격 의료행위도 많아졌다. 한 쪽 눈은 의사가 맡고 다른 쪽은 간호조무사가 맡는 식으로 엉터리 쌍꺼풀수술을 했다가 적발된 곳도 있다. 정부는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에 대해 일반 의료용역과 달리 부가세를 물리기로 했다가 의료계가 반발하자 후퇴했다. 놓친 세금만 1,0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방학중인 요즘은 성형수술 성수기다. 취직희망자들은 물론, 예체능계열 여고생들의 대입용 성형도 늘어나고 있다. 눈먼 외모지상주의(lookism)가 사람을 잡는 세상이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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