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식품 다이어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포도, 사과 등 과일 다이어트에서 고기, 달걀 등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대개는 다이어트에 별 효과가 없거나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유는 다르다. 우유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완전식품'. 우유 한 컵에는 성인 하루 단백질 권장량의 15∼20%, 비타민D의 25%, 칼슘의 25∼38%가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학적으로는 인체에 백해무익한 청량음료의 소비량은 늘어나는 반면 우유는 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청소년들의 감각적인 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유를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몸매 가꾸기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우유 소비량이 늘어날 전망이다.우유가 체중 감소시켜
미국 테네시대 영양학과 연구팀은 '미국영양학회 저널' 최신 호에 우유를 매일 220g(칼슘 300㎎) 섭취하면 1년 뒤에 체중이 평균 2.7㎏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대학 마이클 지멜 교수는 "우유가 칼로리를 저장하는 지방세포의 습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칼로리 연소량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체다 치즈와 같이 딱딱한 치즈나 요구르트, 심지어 여러 가지 지방을 빼지 않은 낙농 식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우유·치즈 등 낙농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적게 먹는 사람에 비해 비만이 될 확률이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가 살을 뺀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중반. 미국 퍼듀대 코니 위버 연구원은 18∼31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실험을 한 결과,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낙농식품을 많이 먹은 여성들은 체중이 줄거나 유지한 반면 낙농식품을 피한 여성들은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칼슘이 체중감소의 핵심
하루에 우유나 치즈를 몇 차례 먹는 것만으로 어떻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칼슘에 있다. 칼슘은 뼈 말고도 체내에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유도하고 신경에서는 메시지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지멜 교수는 "칼슘은 모든 세포들이 각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혈중에 칼슘이 많아지면 지방세포가 지방 축적을 중지하고 지방을 태워 버리라는 메시지를 받아 세포 크기를 줄이기 때문에 몸무게가 감소된다는 것이다.
반면 혈중에 칼슘이 적으면 지방세포는 지방을 저장해 지방세포가 크고 뚱뚱해지면서 몸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지멜 교수는 "우유·요구르트·치즈를 하루 4번 먹었을 때 허리살이 줄어드는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고혈압·당뇨·골다공증에 도움
사실 지난해 한국성인병예방협회가 발표한 '성인병 예방수칙'에도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매일 우유를 마셔라'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성인병에는 식이요법이 거의 필수적인데, 우유는 성인병 예방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는 식이요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압을 내리기 위한 저염식은 필수적이고 칼슘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 100g에는 칼륨이 150㎎이나 들어 있어 고혈압에는 최고의 식품이다. 우유 속의 칼슘은 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 발생 위험도 크게 줄여 준다.
또한 우유 속 유당은 다른 당(糖)보다 느리게 흡수되므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의학회지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유를 매일 마시는 사람에게는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기능 저하 현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0%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성인들은 우유를 마실 때 콜레스테롤 상승에 주의해야 한다. 우유의 포화지방 성분이 체내에서 콜레스테롤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는 노년기의 골다공증 발병률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것은 칼슘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칼슘이 뼈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함께 섭취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우유다. 상당수 채식주의자들이 우유를 가까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밖에 동맥경화, 간장병, 위암 등에도 우유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유가 완전식품이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의해서 섭취할 필요가 있다. 우유와 탄산음료를 함께 마시면 뼈가 소실될 수 있고 생후 4개월 이전부터 생우유를 마신 아기는 천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우유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전립선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잘못된 우유상식
▶속쓰릴 때는 우유가 좋다?
우유가 짧은 시간 동안은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음식이므로 다시 위산의 분비를 촉진해 속이 쓰리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게다가 속이 쓰릴 때마다 우유를 마시다가는 위산 과다증이 될 수 있다.
▶술 마시기 전에 우유를 마시면 속을 보호한다?
독주를 마실수록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끈적한 우유가 위벽을 발라 독주로부터 위를 보호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유가 위벽에 붙어 알코올로부터 위벽을 보호해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보다 우유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을 공급해 해독작용을 도와준다.
▶우유를 마시면 불면증을 해소할 수 있다?
몸 안에 칼슘 농도가 줄어들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 이때 우유를 마시면 칼슘 농도가 늘어나 긴장이 풀리면서 잠들기 편한 상태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불면증을 이기기 위해 우유를 마시려면 소화되는 시간을 고려해 잠자기 3시간 전에 200g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찬 우유를 먹으면 장이 튼튼해진다?
갓난 아이에게 찬 우유를 먹이면 체온 조절이 약한 아기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아기가 설사를 할 때 찬 우유를 먹이면 장의 운동이 활발해져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굳이 데워서 먹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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