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 주가가 정부 정책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정부에서 통신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통신주 전체 또는 특정 관련종목의 주가가 널을 뛰듯 심하게 오르내려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정부 정책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신주에 투자할 때는 업황이나 실적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통신주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정책 발표에 따라 요동친 주가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정통부가 주무른 통신주가
정보통신부가 최근 이용자들이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로 옮겨가도 원래 가입한 서비스업체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휴대폰 번호이동성 순차도입방안을 발표한 다음날, 통신주들의 주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되 사업자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1위 업체여서 내년 1월부터 우선 대상이 된 SK텔레콤은 011가입자가 번호를 유지한 채 016, 018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 주가가 2.80%나 떨어졌다. 반면 도입일로부터 6개월 뒤에나 적용을 받는 KTF는 주가가 2.94% 상승했고, 1년 뒤에 적용 대상이 되는 LG텔레콤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사례는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정통부에서 2001년 10월 16일 무선망 개방정책을 발표하면서 SK텔레콤의 무선망을 KT와 공유하도록 조치한 이후 수혜대상자로 지목된 KT 주가는 4만6,850원에서 4만7,100원으로 뛰었다.
정통부가 지난해 1월 11일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도록 결정하자 SK텔레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4월2일에 정통부의 유무선 접속료 조정방침에 따라 28% 이상 요금을 내려야 했던 SK텔레콤 주가는 27만9,500원에서 27만8,500원으로 떨어졌고, 인하폭이 20%미만이어서 상대적으로 적었던 LG텔레콤의 주가는 4,400원에서 4,900원으로 올랐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로 영업정지를 당한 지난해 10월말에는 이동통신 3개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으며 보조금 지급이 허용된 올해 1월13일에는 주가가 SK텔레콤 3.18%, KTF 2.15%, LG텔레콤 4.29%씩 상승했다.
■원인과 향후 투자전략
동원증권 양종인 수석연구원은 "통신사업이 정부의 규제 및 허가사업이라서 다른 업종보다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정책의 기본방향이 선발업체에게는 불리하고 후발업체에게는 유리한 비대칭 규제여서 주가의 희비가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당사자인 업체보다 관련주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위원은 "선발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와 후발업체에 대한 우선 지원이 뚜렷하다 보니 선발업체 주가에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한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규제리스크가 부각되는 종목을 보유하기가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SK텔레콤은 투자자 배려차원에서 올해 순익의 30%를 자사주 매입 등 별도의 주가관리에 투입할 방침이다.
정 연구위원은 "지난해 정통부에서 이동통신사로부터 기금을 각출해 IT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외국인들이 관련종목을 매도하는 등 증시가 시끄러웠다"며"올해에도 정부 규제가 계속된다는 인식을 주면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통신주를 외면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그는 "정부가 규제를 하더라도 갑작스런 발표로 시장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시기나 방법, 내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부 정책을 감안해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음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통신정책팀이 구성될 수 있으므로 새 정부의 정보통신정책 방향을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원증권 양종인 수석연구원은 "아직도 기간통신사업자 및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선발업체인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번호이동성 도입방안에 따라 브랜드가치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위원은 "중간에 위치한 KTF가 선발업체 규제 및 후발업체 지원에 대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장기적으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종목"이라며 "SK텔레콤은 규제 때문에 불리하지만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측면에서 저평가된 종목이고 LG텔레콤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종목"이라고 언급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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