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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김인진 (주)한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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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김인진 (주)한진 사장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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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진(金仁珍·63·사진) (주)한진 사장의 이력을 살피다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다. '1965∼66년 수도중학교 영어교사.' 김 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뜻밖에도' 사회의 첫발을 교사로서 내디뎠다. 당시 동료 교사들이 지켜본 김 사장은 도대체 학교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월급을 받는 날이면 저녁 약속이 없는 교사들을 이끌고 어김없이 명동의 맥주홀로 향했다. '명동 순례'는 월급봉투가 바닥나는 날까지 이어졌다고 한다."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술을 즐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선배인 영어주임이 '너는 학교 담장 너머의 생활과 딱 맞다. 교사생활 3년 이상 하면 떠나기 힘드니 지금 학교에서 나가라'고 충고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의 조언을 따르길 백번 잘했어요."

김 사장이 수도중학교에 사표를 낸 직후 선택한 회사가 바로 한진이다. "한진이 월남전 특수를 타고 물류사업권을 따내게 되면서 월남의 항구 하역 책임자로 1년, 71년 한국항공(현 대한항공)을 인수한 뒤 '공군 생활' 25년, 다시 한진으로 돌아와 '육·해군' 생활을 십수년 했습니다. 육해공 물류를 흥겹게 제대로 배웠죠."

택배, 육상운송, 항만하역, 연안해송 등 멀티 모드(multi mode) 물류를 추구하는 한진의 사령탑에 적합한 경력을 쌓아온 것이다. 게다가 김 사장은 '사람 아낄 줄 아는 최고경영자(CEO)'라는 주위의 평처럼 인간미 넘치는 리더십도 장점이다.

김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틈만 나면 강조하는 한진인의 자세는 '톱니바퀴처럼'이다. 톱니바퀴는 크든 작든 없어서는 안될 기능을 하면서, 유기적으로 기계 전체의 움직임을 일으킨다. 직장도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직원간 서로 존중하며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특히 물류는 화물을 매개로 고객에게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자세가 어떤 업종보다 중요합니다." 한진의 배송요원들이 매일 아침 외치는 '서비스(service)! 정성을 다한다' '세이프티(safety)! 원칙을 지킨다' '세일즈(sales)! 판매를 더 한다' 등의 '3S' 구호도 대면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김 사장이 직접 다듬어 만들었다.

2000년 김 사장이 한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내건 비전은 브랜드와 고용, 서비스, 기술 부문에서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베스트 1'과 배송요원들의 구호 속에 녹아있는 '3S'. 4년째 몰두하고 있는 베스트 1 목표에 대해 김 사장은 "브랜드 파워와 서비스 질은 이미 외부 평가에서도 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고용환경과 기술수준은 아직 미흡하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이 올해를 '물류 전산화 정착의 해'로 정한 것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진'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진은 화물이 고객의 손에 닿을 때까지의 전과정을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디지털 물류 시스템(DLS)'을 지난해 완성한 데 이어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가동, 정보기술(IT) 물류 서비스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포장 및 운송, 보관, 하역, 물류가공 등을 물류 전문기업에게 일괄적으로 맡기는 '3자물류'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택배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물류업의 전망은 쾌청 그 자체입니다. 육해공 종합물류 58년 전통의 한진은 IT로 무장, 세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듬직하게 비상하고 있습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김인진 사장은 누구

1940년 경북 상주 출생

1959년 경동고 졸

1965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

1966년 한진 입사

1989년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장

1993년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

1996년 한진 택배사업본부장

1997년 한진 영업본부장

1998년 한진 부사장

2000년 한진 대표이사 사장

■ (주)한진은 어떤 회사

한진그룹의 모기업 (주)한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합 물류기업이다. 한진은 1969년 컨테이너 운송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냉동·특수화물에서 일반 잡화까지 모든 유형의 화물을 실어나르는 육상운송사업과 부산 인천 포항 광양 울산 여수 제주 고정 감천 감만항 등에 최신 컨테이너 야드와 보세장치창 등을 갖춘 항만 하역사업, 26척의 대형선박을 거느린 연안해송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여객운송과 종합물류창고, 포장, 주선업 등 총 9개 사업군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92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택배사업은 출범 10년만에 40배 이상 성장해 지난해에는 매출 1,650억원, 경상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1일 택배 취급물량은 15만박스로 업계 최대 규모다.

한진의 지난해 전체 매출과 경상이익이 각각 5,900억원, 3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택배부문이 얼마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그물망 같은 전국 지점망과 배송요원, 차량 등에 대한 연간 투자가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한진이 지난해 택배부문에서만 100억원대의 경상이익을 올린 것은 업계에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진은 올해 택배부문에서 30%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인진 사장은 "고객들이 택배의 '맛'을 알게 됐고,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택배의 성장여력은 끝이 없다"며 "한진은 전천후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택배라는 새로운 엔진의 기세를 타고 육상 해상 항공 물류의 고른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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