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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에덴하우스 정덕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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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웃]에덴하우스 정덕환 이사장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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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에선 가공기가 쉼 없이 비닐봉투를 토해냈다. 한눈에 봐도 뇌성마비가 분명한 장애인은 비닐 접기를 반복했다. 그 옆에선 지능지수가 70도 안 된다는 정신지체 장애인이 굵은 땀방울을 짜내며 포장작업에 한창이었다.경기 파주시 교하면 신촌리 '에덴하우스'. 쓰레기 봉투 전문 생산업체이자 중증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이다. 직원 100여명 가운데 80명은 지능이 낮고, 뇌성마비 혹은 반신불수, 다운증후군을 가진 중증 장애인이다.

에덴하우스 이사장 정덕환(鄭德煥·56)씨는 27세 이후의 생을 휠체어에 앉아 보냈다. 유도 국가대표였던 그에게 1972년 8월1일은 비장애인으로서 마지막 날이었다. 훈련 도중 경추 4,5번이 골절됐다. 전신마비장애 1급.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목 위뿐이었다. 몇 차례 수술을 마치고 76년 재활을 꿈꾸며 모교 연세대를 찾아 유도 코치를 하겠다며 나섰지만 매몰찬 손사래를 뒤로 해야 했다.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 순간 다른 장애인들도 가졌을 이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구로동에서 3평 구멍가게부터 시작했다. 3년 만에 손에 쥔 500만원으로 독산동의 한 장애인 수용시설에 전자 부품 설비를 들여놓았다. 이후 전자제품기판에서 문구류 제조까지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83년 독산동에 에덴하우스를 세웠다.

중증 장애인을 끌어 모았다.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회와 격리돼 있던 이들과 숙식, 노동을 함께 하며 사회 적응의 길을 찾았다.

쇼핑백을 만들던 에덴하우스는 마침 89년 쓰레기종량제 실시에 맞춰 종량제 봉투 전문 생산 업체로 변신했다. "일하려는 장애인에게 기회를 달라"며 구청을 찾아 주문을 따냈다. 98년에는 교하면에 새 둥지를 틀었다. 대지 2,000평, 건평 1,449평의 현대 시설. 장애인 종업원의 숙소와 재활시설도 갖췄다. 지난해 매출액만 43억원. 장애인들이 곱은 손으로 번 돈은 고스란히 월급통장으로, 재활시설 확충비용으로 흘러 간다.

"장애인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항의도 있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단호하다. "이들에게 금방석을 깔아준다고 좋아할까요. 후원과 보살핌에 의존하기보단 노동을 통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려고 합니다."

정 이사장은 에덴하우스를 중증 장애인 직업재활의 거대 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중증 장애인들이 이곳 경험을 밑천 삼아 독립, 조그만 자영업점을 내고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철학이 맞다는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고 했다.

"노인복지시설을 늘려 장애 노인과 함께 일할 계획도 있습니다.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 기업과도 당당히 겨루고 싶습니다." 장애인 낙원을 일궈가는 정 이사장의 새해 소망이다.

/파주=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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