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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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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기적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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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마종기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 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가리

또 보세, 그래, 이런 거야, 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더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시인의 말

전에는 범상하게 지나쳤던 세상 일이 요즘은 자주 기적 같이 느껴지는 때가 많다. 어느 꼭두새벽에 잠 깨어 바깥을 보다가 나는 또 그 연상작용으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약력

1939년 일본 도쿄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개선' '변경의 꽃'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이슬의 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등 한국문학작가상, 미주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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