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마종기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 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가리
또 보세, 그래, 이런 거야, 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더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시인의 말
전에는 범상하게 지나쳤던 세상 일이 요즘은 자주 기적 같이 느껴지는 때가 많다. 어느 꼭두새벽에 잠 깨어 바깥을 보다가 나는 또 그 연상작용으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약력
1939년 일본 도쿄 출생 연세대 의대 졸업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개선' '변경의 꽃'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이슬의 눈'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등 한국문학작가상, 미주문학상, 이산문학상 등 수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