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 사업이 중단의 기로에 섰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14일 제네바 합의의 변경을 언급한데 이어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17일 대북 화력발전소 제공 방안을 공식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 흐름대로라면 미국은 다음 달 예상되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매듭짓고 이어 열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를 통해 경수로 공사 중단을 밀어붙일 기세이다.물론 19일 현재 27%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함경남도 금호지구의 270만평 경수로 부지에선 우리 근로자 670명과 우즈베키스탄 인력 580명이 정상 작업을 하고 있다. 월 100달러씩을 받는 북한 근로자 97명도 계속 출근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도 "한미 간 경수로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수로의 근거인 제네바 합의 자체가 흔들린 데다 경수로의 유효성 논란마저 불거진 현실은 이 사업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서방 언론들은 이미 1,000MW급 경수로 2기를 모두 폐기하거나, 그 중 1기만 지속하고 나머지 1기는 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한과 일본이 각각 투입한 7억6,000만달러와 3억달러의 보전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경수로에는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1995년부터 북한에 제공해온 중유 365만톤(5억1,000만달러) 가운데 3억5,000만달러 어치를 부담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사업을 위해 발행한 1조2,000억원의 국채는 차치하더라도 북한이 공사 중단에 동의할 지도 불투명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국익을 동시에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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