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여야 총무들과 전격 회동한 것은 '노무현 스타일'의 정치 행보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현안과 관련된 협상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실질적인 타결을 모색하는 방식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 당선자의 집권 5년 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크게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에 있어서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뜻이고 청와대와 여야, 3자 구도에 있어서도 새로운 관계가 모색되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다.노 당선자가 야당에 대해 '낮은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여소야대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여당에만 의존할 수 없고 자신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노 당선자는 여야 총무와의 회동에서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 뿐만 아니라 상임위 일반 의원들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이 입법 사항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은 미국 등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별로 유례가 없던 일이다. 노 당선자측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소수 정권이면서도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게 인위적 정계개편과 맞물리면서 야당과의 사이에서 극한 대립을 불러 왔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가 야당에 대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구사함으로써 자연히 대통령과 여당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노 당선자가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여야에 대해 '등거리 정책'을 쓰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노 당선자는 민주당 비주류 출신인데다 현 정부 의혹 처리 등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노 당선자가 국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는 과정이 여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2004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노 당선자의 경고도 친정인 민주당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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