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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 만만히 봤단 병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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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 만만히 봤단 병 키운다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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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뻐근하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거나,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다…. 이 같은 만성 피로는 여러 질병의 전조증상이다. 세란병원 내과 한원희 과장은 "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1∼2명에서 성인병 등 질환이 발견된다"며 "생활 주기가 이전과 다름없는데도 부쩍 피곤하고, 푹 자도 개운치 않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라"고 권했다. 소변·혈액 검사와 X선·복부초음파 촬영 등을 통해 피로의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간질환

40대 회사원 윤씨는 왼쪽 가슴이 묵직하고, 속이 더부룩하면서, 오후로 갈수록 못 견디게 피곤해지곤 했다. 또 소변 색깔이 눈에 띄게 탁했다. 내과를 찾아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니 급성 간염. 간염이나 지방간은 극심한 피로감을 몰고 온다. 급성 간염은 소변 색깔이 샛노랗게 변하며 구역질이 나고, 만성 간염은 지속적으로 피곤한 증상만 나타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30대 회사원 이씨는 몇 달 사이에 체중이 5㎏이나 늘고 유난히 추위를 타며 피로감이 심했다. 겨울이라 운동량이 줄어 살이 찌고, 더 피곤하려니 생각하던 이씨는 운동을 해도 몸이 나아지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 갑상선기능 저하증이었다. 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 원장은 "갑상선기능 저하증에 걸리면 체중이 늘고 추위를 잘 타는 반면, 갑상선 항진증에 걸리면 체중이 급격하게 줄고 더위를 탄다"고 설명했다. 목 부위가 튀어나오고, 월경 주기나 양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에선 갑상선 환자 1,300만명이 피로하다고 느끼면서 갑상선 이상을 모른 채 지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발견이 어렵다.

▶빈혈

주부 오씨는 몇 달 전부터 부쩍 피로감을 느끼던 차에 "얼굴이 누렇게 떴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빈혈. 자궁에 근종이 있어서 피가 난 탓이었다. 빈혈에 걸려도 간질환처럼 얼굴이 누렇게 뜨고, 피로가 심해진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은 환자에 따라 다르다. 특히 빈혈이 서서히 진행되면 몸이 적응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내기 일쑤. 심해지면 맥박이 빨라지고 숨이 차며 쉽게 피로해진다.

▶만성피로증후군

특별한 원인 없이 피로를 낳는 병이 만성피로증후군이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6개월 이상 손 하나 까딱하기 어려운 피로에 시달리며, 근육통 인후염 등 가벼운 몸살 증상이 함께 오기도 한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환경 오염으로 인한 면역 질환의 하나로 보고 있다. 정확하게 진단하기도 어려워 병원을 들락거리며 온갖 검사를 다 하게 된다. 다른 질환이 발견되지 않고 피로가 계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하게 되는데 2차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코골이가 심할 때 생기는 수면무호흡증도 피로를 부른다. 잠자는 동안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받지 못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고 나도 계속 피곤하다. 베개를 머리 밑이 아닌 목 밑에 대고 자면 피곤을 덜 수 있다.

▶우울증

신체 질환만 피로를 부르는 게 아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도 상당한 신체적 문제를 유발한다. 다른 질병에서 오는 피로는 대체로 오후에 심해지는 반면 우울증으로 인한 피로는 오히려 자고 일어난 아침에 심한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신경정신과를 찾는 게 좋다.

▶폐, 심장질환, 암 등

이밖에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이 있으면서 저녁 무렵 피곤하면 폐결핵, 비만한 사람이 갑자기 목이 타고 소변량이 많아지면서 피로함을 느끼면 당뇨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심장 질환, 암도 몸을 지치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특히 체중이 갑자기 줄고 밥맛이 없을 때에는 악성 종양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병원을 찾도록 한다. 알레르기인 사람도 체내 화학 물질로 인해 졸리고 피로해진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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