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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한나라당, "반듯한 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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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한나라당, "반듯한 당"으로

입력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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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여야 모두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을 개혁해야 민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지만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 명분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몸살을 앓고 있다.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구성원들의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까지 망라돼 있고, 과거의 운동권 세력과 그들을 때려잡던 세력이 한데 모여 있으니 갈등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어느쪽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규모 탈당사태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미래는 국민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노무현 식의 변화를 불안해 하는 숫자도 만만치 않고 그들은 여전히 한나라 당에 기대하고 있다.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46%였는데, 그 지지율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웠던 슬로건 중에는 '반듯한 나라'라는 것이 있었다. 나는 그 슬로건이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쩐지 권력층이 반듯하지 못하고 격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에 그 슬로건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만 했다.

그러나 그 슬로건이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은 한나라당 역시 반듯하지 못하고 격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잃은 한나라당은 난생 처음 해보는 야당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며 5년을 보냈다. 김종필 총리 인준 지연에서 첫 단추를 잘못 낀 그들은 제1당의 힘을 정쟁으로 낭비했다.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등으로 당명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한나라당의 뿌리는 공화당이다. 61년 5·16으로 집권한 공화당 세력은 김영삼이라는 야당 투사를 대선후보로 내세우기까지 하면서 36년이나 정권을 지켰다. 그들은 명실공히 한국 정치를 주름잡는 주류로 군림해 왔다.

5년 전 한나라당은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제1당으로 야당이 됐다. DJP연합이 깨지자 한나라당 의석은 여당을 능가했고, 지난 대선직전에는 과반수를 돌파했다. 그러나 그들은 의석에 버금가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오랜 정치 본가의 전통이나 예절도 찾기 힘들었다.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야당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나라당은 '반듯한 나라'를 외치던 정신으로 자신이 먼저 '반듯한 정당'이 됨으로써 재기해야 한다.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정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두 아들 모두 군대에 가지 않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 준 46%의 지지자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속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뼈아픈 자성으로 먼저 당을 개혁하고 진로를 세운 후 여당 공격에 나서는 것이 순리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지도부가 당을 수습하지도 못한 채 연일 여당과 노무현 당선자를 공격하는 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노무현 정권은 좌파정권"이라는 서청원 대표의 발언, 7대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를 대통령직 인수위법 처리와 연계하겠다는 이규택 총무의 발언 등은 한나라당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의석을 정쟁에 사용하지 말고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써야 한다. 최근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문제가 됐을 때 한나라당이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은 바람직한 조치였다. 야당이 앞장서서 불합리한 법을 바꾸고 정치풍토를 개선해 나가면서 여당과 생산적인 경쟁을 한다면 다음 대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개혁특위는 당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한나라 성향'의 국민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한나라당이 반듯한 야당이 됨으로써 한국 정치의 격을 올려 줄 것을 원하고 있다. 지난 5년의 여야 관계를 되풀이할 생각인가. 김종필 총리의 인준을 물고늘어지던 일에 또 유혹을 느끼는가. 한나라당은 자신의 실패에서 먼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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