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눈 앞에 다가왔다. 설은 추석과 함께 온 가족이 모여 한 해를 설계하며 정을 나누고, 존경하는 어른들을 찾아 뵙는 민족 대명절.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데는 정성이 담긴 선물 만큼 좋은 것도 없다. 올해는 경기 불황 여파로 설 선물이 최고급품과 중·저가 실용세트로 양극화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업체들도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실용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각 유통업체마다 가격을 대폭 낮춘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대거 출시, 치열한 손님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발품만 팔면 저렴한 비용으로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즐거운' 설 선물 세트를 마련할 수 있다.▶실속형 선물세트 봇물
올해 설 선물세트의 최대 화두는 '실용성'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잔뜩 위축되자 유통업체들은 겉치레보다 실속 있는 중저가형 선물 세트 위주로 올해 설 선물 세트 판매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백화점은 전통적인 인기 설 선물인 갈비·정육 세트를 지난해 보다 5∼10만원 가량 낮춘 최저 15만원대선 제품까지 출시했다. 또 가격이 10만원대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수입갈비 세트도 선보였다. 생선 선물세트도 지난해 두 종류에 불과했던 10만원 미만의 세트를 5∼6개 종류로 늘렸다. 이밖에 멸치, 김, 곶감, 한과 세트 등 건식품도 10만원대 미만의 상품을 강화했다. 3∼9만원대의 실속형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와 초저가 생활 용품, 각종 패션 잡화류도 다수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 눈높이에 맞춘다는 컨셉에 따라 지난해보다 알뜰 실속 선물 세트를 대폭 강화했다. 단 할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가공식품 보다는 1차 식품에 중점을 두고 대체 상품이나 조합세트를 적극 활용한 중저가 상품을 선보였다. 갈비 세트를 대체할 정육 상품을 마련했고, 갈비와 정육을 혼합한 조합 상품이나 여러 종류의 과일을 섞은 청과 종합세트를 개발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 한우찜갈비(1.6㎏)와 한우 상등급 불고기, 국거리로 구성된 3.2㎏ 정육세트가 17만원, 손질생선 종합세트 7만원 등 부피는 비슷하나 지난해보다 5만원 이상 가격이 싼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갤러리아 백화점도 기존에 명품 선물로 각광을 받았던 설 선물세트의 부피와 내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대폭 내린 상품군을 출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저 7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까지 했던 강진 맥우 명품 한우세트를 올해에는 24만∼36만원대로 대폭 가격을 낮췄다.
그랜드 백화점은 갈비 정육세트의 가격대를 10만∼30만원대까지 세분화했다. 예년 같으면 20만원대 이상인 굴비 선물 세트를 자체 기획을 통해 통보리 굴비와 고추장굴비 등을 7만5,000∼12만원대까지 끌어 내렸다.
삼성플라자는 이번 설 대목에 '알뜰상품(5만원 이하)', '실속상품1(5만∼10만원)', '실속상품2(10만∼15만원)', '품격상품1(15만∼20만원)', '품격상품2(20만원 이상)' 등 5개 테마로 세분화 하는 판매 전략을 수립했다. 1만3,500원 하는 참치캔 세트에서부터 3만원대 멸치혼합세트, 4만원대 햇김 등 실속 있는 선물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애경백화점은 과일, 정육 등 고가 선물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5만원 내외의 중·저가 패션 잡화 용품세트 50여종을 마련해 판다. 또 설 빔 선물용으로 3만8,000원∼9만9,000원대의 생활 한복 세트도 세일 판매한다.
▶고가 선물 세트도 꾸준
실용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유층들 사이에서는 고가 선물세트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백화점을 비롯한 홈쇼핑업체들은 중·저가 외에도 특수 계층을 겨냥한 호화 선물세트를 준비해 차별화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다른 백화점과 달리 '중저가 선물은 자사 할인점인 이마트쪽으로 넘긴다'는 차별화 전략에 따라 고급품 위주의 설 상품전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인기 품목인 갈비·정육 상품을 지난해 설과 같은 수준이거나 일부만 5∼10% 가량 가격을 내리는 데 그쳤다. 대신 정육, 청과, 수산물 등의 제품을 고급 위주로 편성했다. 10년근 장색더덕세트가 50만∼120만원, 한우 암소한마리 45만원, 맞춤떡세트 15만원, 남해 얼음죽방세트 40만원 등이다.
롯데백화점도 상품 개발에만 6개월이 소요된 청목 김환경 선생의 채화칠기 보옥 명품세트(100만원)를 비롯한 다양한 고가 명품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참숯 굴비세트 50만원, 목장 한우세트(7㎏) 63만원, 지화자 떡세트(19만원) 등 양질의 품격 있는 선물세트를 전략 상품으로 내놓았다.
고급 백화점을 추구해온 현대백화점도 실용 선물 코너와 별도로 명품 식품 선물세트를 마련, 고가 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다. 전통기법으로 염장한 참굴비 세트 80만∼100만원, 부위별 맞춤 한우세트 30만∼50만원, 신동 와인 명품 64만5,000원, 특선 멸치세트 특호 32만원, 영국 홍차세트 30만원, 태평양 일로향실세트 43만원 등 품격을 갖춘 고가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뉴코아 백화점도 '명절 선물은 명품으로' 라는 기치 아래 120만원 하는 참굴비세트1호, 300만원 짜리 루이13세 코냑, 30만∼45만원대의 한우 후레시육 선물세트 등을 판매한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99만원 하는 명품 장뇌 산삼 세트를 비롯해 장성 더덕 백두명품(50만∼90만원) 등 자사 차별화 상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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