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사찰단이 16일 이라크의 탄약 저장소에서 빈 화학탄두를 발견하고, 이라크 과학자 2명의 집을 전격 수색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인내의 한계'를 언급하며 이라크를 압박했으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미국의 침공은 곧 자멸"이라고 호언하며 반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화학탄두 발견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사찰팀이 1990년대 말 건설된 남부 우크하이데르의 탄약저장 시설을 조사해 122㎜짜리 빈 화학탄두 11개와 다른 탄두 1개를 찾았다고 사찰단의 우에키 히로 대변인이 밝혔다. 이 탄두가 이라크가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금지무기 실태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로 확인되면, 이는 미국에게 이라크 공격의 명분을 줄 수 있는 유엔 결의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라크 국가사찰위원회의 호삼 모하메드 아민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탄두는 1988년에 수입한 단거리 로켓으로, 이미 유엔에 보고한 구식 무기"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스콧 매클러렌 백악관 대변인은 "사찰단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과학자 자택 수색
미 정부가 오히려 주시하는 것은 사찰단이 이라크 과학자들의 집을 수색해 가져온 문서들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찰단은 이날 바그다드 북부 외곽인 알-가자리아의 물리학자 팔레 하산 함자씨 집과 핵 과학자 샤케르 알-주부리씨 집을 전격 수색, 서류 박스를 가져갔다. 이에 대해 함자씨는 "개인 자료와 아내의 X-레이 사진들 뿐"이라며 사생활 침해라고 반박했다.
인내 바닥, 부시의 압박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조만간 이라크 정권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은 바닥이 난다"며 "지금까지 후세인이 무장해제하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제3함대 군함 7척과 1만 병력을 걸프지역으로 출발시킨 데 이에 에이브러햄 링컨호 등 항모 3척의 추가 파견을 검토하는 등 이라크 공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17일 걸프전 발발 12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의 압박을 13세기 몽골의 압바스 왕조 침공에 비유하며 "바그다드는 이 시대의 몽골인들을 격퇴, 그들을 바그다드의 벽에 자멸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총을 들고 기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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